[단독] 서울시 모집 공고도 전에…보수 기독교단체 ‘청소년성교육’ 수탁 준비

박현정 기자 2025. 8. 1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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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22개 단체가 모인 ‘포괄적 성교육 권리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2022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성평등 가치를 실현하는 교육과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의 위탁운영 기관 모집 공고가 나오기 약 두 달 전인 지난 4월, 대전을 기반으로 한 보수 기독교 단체 ‘넥스트클럽 사회적협동조합’이 수탁을 준비한 정황이 확인됐다. 서울시는 위탁 공고를 앞두고 “성교육 퇴행”이라는 비판 목소리에도 넥스트클럽이 주장해온 내용과 유사한 운영 매뉴얼을 마련했는데, 양쪽 간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12일 넥스트클럽이 경영 공시한 자료를 보면, 올해 4월24일 대전시 사무실에서 연 조합원 총회 결과에 ‘아하성문화센터수탁 결정’이 기재돼 있다. ‘아하센터’는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의 별칭이다. 그런데 이날은 오세훈 서울시장 명의로 시의회에 제출(2월3일)한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민간위탁 동의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기 하루 전이다. 동의안에는 2025년 7월부터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를 순차적으로 통폐합해 대표 센터 및 분소로 재편하고, 이를 민간에 위탁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서울시는 6월12일 ‘포괄적 성교육’ ‘섹슈얼리티’ 용어 등을 제한하고 ‘연애’를 ‘이성 교제’로, ‘포궁’은 ‘자궁’, ‘성소수자’는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로 대체하는 내용의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을 마련했다. 위탁단체 모집 공고가 나온 건 6월18일인데 심사 항목을 통해 운영 매뉴얼을 참조하라고 안내했다. 앞서 회의에서 여러 전문가가 성교육의 다양성과 인권 감수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이런 매뉴얼 내용에 반대 입장을 냈음에도 시 주도로 이런 내용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민간위탁 동의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되기도 전인 지난 4월24일 넥스트클럽은 총회에서 센터 수탁을 논의했다. 자료 화면 갈무리

이런 까닭에 성소수자 혐오·차별을 조장하고,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조례에 강하게 반대해온 보수 기독교 단체에 센터를 맡기려 한다는 시민사회 우려가 컸다. 특히 지난 1월24일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을 지낸 김진홍 목사 등이 출범을 주도한 자유민주시민연대 창립식에서 김지연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는 “올해 중순 서울시 아하성문화센터 수탁기관이 바뀐다. 이거 다 찾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017년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비혼주의를 양산하는 페미니즘을 교육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우리 아이들이 중독과 좌경화된 성교육에 노출돼 있다. 국·영·수 시간에 좌경화되는 게 아니라 성교육과 역사 시간에 좌경화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바른 국가관과 안보관, 바른 성가치관 심어주는 걸 사라지게 만드는 게 좌경화”라며 “우리 아이들 교육하지 않으면 아이들 손에 죽는다”고도 했다.

넥스트클럽 남승제 대표가 발행하는 인터넷 매체 ‘넥스트타임즈’ 보도를 보면, 김 대표는 과거 넥스트클럽의 강사 양성 교육에 참여했다. 남 대표도 2024년 2월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함께행복교육봉사단 출범식에서 “성 주류화 정책을 막고 가족 주류화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란, 모든 제도와 정책을 젠더 관점으로 살펴 성별에 따른 불평등이 양산되지 않도록 해법을 모색하는 걸 의미하는 개념으로 유엔(UN)이 마련한 국제규범이다.

또 “우리가 함께 세력화 전국화해야 하고 지자체, 정부와 연결을 해 잘못된 세력들을 몰아내고 올바른 사고가 교육 현장에서 매칭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함께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 함께행복교육봉사단은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가 지난해 출범을 주도한 윤석열 정부의 늘봄학교 정책 지지 단체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위탁 동의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되기 전 보완을 조건으로 보류된 적이 있어 새 위탁단체 모집은 이미 결정돼 있었던 것”이라며 “해당 단체와 사전 논의하거나 접촉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넥스트클럽은 지난해 인터넷에 올린 팸플릿에서 ‘여성가족부 인가 교육전문기관’이라고 표기했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넥스트클럽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가를 받은 단체로, 그 과정에서 교육 내용을 들여다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성문화센터는 여가부 소관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에 따라 운영되는 성교육 전문기관으로 전국 17개 시·도에 57곳(2024년 말 기준)이 있다. 주로 초·중학교에서 성교육이나 성폭력 예방교육을 할 때 지역 청소년성문화센터에 강사 파견을 의뢰한다. 센터가 강사를 교육하기도 한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민간위탁이 예정된 청소년성문화센터 6곳 운영 예산은 2025년 기준 22억8천만원이다.

서울시는 13일 청소년성문화센터 민간위탁 적격자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선정 결과를 14일 발표할 예정이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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