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왜 야구를 찾나…'콘텐츠 다양성'으로 로열티 확보[베이스볼 이코노미⑤]

2025. 8.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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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문의, 매년 늘어나는 추세
KBO·브랜드 협업, 전년 대비 3~4배 증가
기업 관점에서는 고객 접점 확대하며
유의미한 브랜드 자산 구축할 수 있는 기회
오덴세와 협업한 KBO. (사진=최수진 기자)

[커버스토리 : 한국형 베이스볼 이코노미의 탄생]

신드롬에 가까운 국내 프로야구의 인기에 가장 먼저 눈을 돌린 이들은 소비재 기업의 마케터다. 현장에서 한번에 2만 명의 고객을 만날 수 있고, 야구 중계를 관람하는 소비자만 수십만에 달하는 야구를 놓칠 리가 없다.    

야구판은 ‘브랜드 실험장’이 됐다. 기존 중년층 팬에 더해 2030 여성들이 대거 야구팬으로 유입되자 그들이 먹고, 걸치고, 사용하는 모든 제품들은 야구 마케팅의 플레이어가 되고 있다.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등 수많은 브랜드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야구 팬덤의 로열티를 흡수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이런 흐름은 한시적이지 않다. 야구가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각 브랜드들은 그들의 자산과 야구의 교집합을 찾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최수진 기자)



매년 늘어나는 KBO·브랜드 협업

기업들이 앞다퉈 문을 두드린 곳은 한국야구위원회(KBO)다. 백화점, 편의점, 홈쇼핑, 패션 회사, 화장품 브랜드 등 분야에 상관없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의 1순위 협업 대상은 KBO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가장 반응이 좋은 게 KBO 협업”이라며 “젊은 야구 팬들이 다양한 굿즈를 구매하는 걸 ‘즐거움’으로 여기면서 협업의 성과가 확실하게 나온다. 또 야구를 모르는 대중들에게도 협업 상품의 거부감이 없어 그들에게는 신선함을 안길 수 있다.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더마 코스메틱(피부 과학과 화장품의 합성어) 브랜드 메디힐은 KBO와 협업해 ‘메디힐 KBO 에디션’을 선보였다. 2025년 시즌 구단들의 워드마크와 마스코트를 주요 베스트셀러 패키지 디자인에 담았다. 한정 상품은 올리브영 N성수 매장 ‘메디힐 KBO 팝업스토어’를 통해 공개했다. 

메디힐 관계자는 “이번 KBO와의 협업은 KBO 퓨처스리그 타이틀 스폰서 활동에 이어 야구 팬덤 고객과의 접점을 더욱 확대하고자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가 선보인 프로야구 한정판 굿즈 ‘최강레시’는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6만 개를 돌파했다. 최강레시는 레서판다 캐릭터인 레시앤프렌즈 IP와 KBO의 컬래버 제품이다. 에버랜드 측은 프로야구 흥행을 주도하는 20대 여성 고객들을 중심으로 굿즈 인기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치킨 브랜드 bhc는 두산 베어스와 협업해 ‘콜팝컵’을 만들었다. KBO 구단 첫 컬래버 굿즈다. 회사는 야구 관람의 즐거움에 브랜드 굿즈의 소장 가치를 더하고 현장 관람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이번 협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bhc는 협업을 통해 야구팬과의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KBO 프로야구 컬렉션 카드’를 선보였다. 어떤 구단의 선수인지는 열어보기 전에 확인할 수 없는 랜덤 방식으로 야구 팬덤의 반응이 좋아 두 번째 협업을 계획했다.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스포츠 팬덤을 새롭게 흡수하여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KBO 인기가 높아지면서 반응도 좋다”며 “지난해 준비한 300만 팩은 출시 이후 완판됐고 올해는 물량을 더 늘려 400만 팩을 준비했다. 두 달 만에 390만 팩이 팔렸다”고 설명했다. 

컬래버 맛집으로 유명한 SPA 브랜드 ‘스파오’는 개막과 동시에 두산 베어스 협업 상품을 공개했다. 오픈 직후 일부 상품은 품절됐으며 스파오 강남2호점에서는 출시 당일 1000건 이상의 구매건수를 달성했다. 매출은 직전 주 같은 요일 대비 10배 늘었다. 

스파오 관계자는 “두산 베어스 협업은 초도 물량 대부분이 소진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며 “한정 판매 상품이라 재입고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도 이슈화될 협업을 계속 준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BO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올해 브랜드 협업 문의가 늘어났다"라며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와 비교해본 결과, 협업 사례는 3~4배 증가했다. 현재 KBO는 10여개 브랜드와 관련 계약을 맺고,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KBO가 브랜드 협업에 응하는 기준은 △기존 팬들에게 긍정적이고 향상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 △신규 팬을 유입시킬 수 있는지 등이다. KBO 관계자는 "과거에는 야구와 관련된 것에만 한정된 협업을 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라이프스타일 상품군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젊은층과 여성팬이 많아지면서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굿즈도 많이 내놓는다"고 말했다. 


야구단을 소유한 그룹의 계열사가 마케팅에 야구를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롯데주류는 맥주 브랜드 ‘크러시’의 광고 모델인 에스파의 카리나를 롯데 자이언츠 홈구장인 사직구장에서 시구자로 등장시켰다.   

‘수원의 딸’ 카리나가 롯데를 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롯데주류는 크러시 광고 모델로 카리나와 계약에 시구를 옵션으로 집어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팬들은 환호했고 kt 위즈 팬들은 실망했다. 롯데 자이언츠 공식 계정에 올라온 카리나의 시구 영상은 조회수 65만 회를 돌파했다. 롯데주류의 카리나 시구는 성공한 마케팅으로 꼽힌다.

CGV 협업 사례. (사진=KBO)



일시적 현상 아냐…협업 경쟁, 더 치열해진다

브랜드의 협업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2030세대가 프로야구의 핵심 관람층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각 구단에서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했고 20~30대와 여성을 중심으로 신규 팬이 대거 유입되면서 프로야구 문화에 변화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KBO가 지난해 팬 성향을 분석한 결과 20대 여성의 관심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BO는 “2030 여성은 단순히 야구장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응원팀 용품 구매에도 평균치에 웃도는 수치를 나타냈다”며 “이들이 2024년 응원팀의 용품을 구매한 비용은 20대 여성 연평균 약 23만7000원, 30대 여성 연평균 약 27만3000원으로 전체 관람객의 용품 구매 비용(약 23만5000원)보다 많았다”고 설명했다. 

구글 트렌드에서도 같은 흐름이 보인다. 최근 3년간 KBO에 대한 관심은 2022년 ‘3’(검색 빈도가 가장 높은 시점을 100으로 설정)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50’으로 올랐고 올해 6월에는 ‘100’이 됐다. 

‘야구 팬심’을 브랜드로 끌어올 수 있다는 점은 협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브랜딩과 마케팅 전문가인 한주영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겸임교수는 “타깃·콘텐츠·매체 등 3박자가 어우러지는 게 마케팅의 기본”이라며 “야구는 이걸 다 연결하는 카테고리다. 명확한 타깃을 가지고 콘텐츠도 다양하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공간(매체)까지 완벽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협업을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 교수는 ‘콘텐츠의 다양성’이 기업이 브랜드와 협업에 나서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2030 여성을 중심으로 커뮤니티와 팬덤이 구축되면서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등으로 콘텐츠 영역이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여기에 브랜드와 기업까지 참여하면서 야구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과거 야구는 중장년 남성층과 지역 연고에 기반한 오프라인 중심의 응원문화가 지배적이었다면 최근에는 2030 여성 팬층이 급증하면서 단순 관람을 넘어 사회적, 문화적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단순한 구단 홍보 콘텐츠에 그치지 않고 KBO가 여러 브랜드와 협업하며 야구장 안팎으로 참여자의 관심과 흥미를 유도하고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관점에서도 타깃 고객의 관심사와 자사 브랜드를 연계한 콘텐츠를 생성하고 고객 접점을 확대하면서 유의미한 브랜드의 자산을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브랜드와 야구의 협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 교수는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고객에게 브랜드 로열티를 심어주기 위해서”라며 “구단과의 협업을 통해 단기간에 브랜드 호감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일시적이지 않고 오히려 많아질 거다. 협업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크보 스토어. (사진=최수진 기자)



 리뉴얼 1주년’ 신사 크보 스토어 가보니

수요일 오전 10시. 오픈 시간에 맞춰 아빠와 아들로 보이는 두 명의 남성이 매장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곧장 주황색 굿즈가 모여 있는 한화 이글스 코너로 향했다. 류현진 선수 스티커와 키링을 집은 뒤 유니폼 존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빠는 아들에게 주황색 유니폼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이거 입고 여기 서봐. 사진 찍어줄게.”

지난해 8월 ‘KBO STORE(크보 스토어)’로 새단장한 사무용품 전문점 오피스디포 신사논현점은 리뉴얼 이후 ‘크보 팬들의 아지트’로 인기를 얻고 있다. KBO 전체 구단의 유니폼과 굿즈까지 모두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유일한 오프라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KBO 굿즈 공식 판매점 오피스디포는 지난해 8월 신사논현점을 새단장하고 크보 스토어 1호점으로 만들었다. 

매장은 크게 △구단별 굿즈존 △라커룸 콘셉트의 포토존 △피칭존 △유니폼 마킹존 등으로 구분된다. 굿즈존에는 LG·기아·키움·삼성·두산 등 총 10개 구단의 다양한 상품이 있다. 유니폼과 모자는 기본이며 펫 하네스, 알람 시계, 병따개, 캠핑돗자리 등 다양한 이색 상품도 구단과 연계한 상품으로 내놓았다. 

굿즈존 일부 제품은 판매 공간이 비어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여기 없으면 살 수 없다”며 “재고가 없어서 다시 채워놓지 못했다. 언제 입고된다고 확답을 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매장 재고 상태 기준으로 가장 인기 있는 구단은 한화였다. SSG 랜더스, 기아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등은 파우치·리본핀 1~2개 정도의 굿즈만 품절된 반면 한화의 굿즈는 5개 이상 재고가 없었다. 문동주, 김서현, 류현진 선수의 키링과 마그넷·핀버튼·쿠션 등은 제품 없이 이름표와 가격만 남겨진 상태였다. 특히 한화의 경우 유니폼 마킹존에서도 채은성과 김서현 선수의 마킹 키트의 재고가 떨어져 있었다. 

크보 스토어. (사진=최수진 기자)



이날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매장을 찾은 10여 명 고객들의 체류시간은 평균 15분 이상이었다. ‘구매’가 아닌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스토어를 구경하러 온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본인이 응원하는 구단 외에도 여러 구단들의 굿즈들을 천천히 구경하고 포토존에서 타자헬멧을 착용하고 사진을 찍는 등 매장을 하나의 놀이공간처럼 즐겼다. 

실제 매장의 절반은 팬들이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원하는 구단 이미지로 즉석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이즘도 팬들 사이에서는 인기 있는 콘텐츠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라커룸에 걸린 유니폼을 착용하고 포토이즘 부스에 들어가 사진을 촬영, 관련 기념품을 가져갈 수 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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