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출신 김명시 장군 전남 여수 작가 화폭에서 되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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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출신 항일 독립운동가 김명시(1907~1949) 장군이 전남 여수에서 활동하는 박금만(55) 작가의 손에서 '백마 탄 여장군'으로 생생하게 살아났다. 1945년 12월 귀국한 김 장군이 그가 소속해 활동했던 조선의용군 총사령관 김무정(본명 김병희·1904~1951)과 함께 서울 종로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이다. 여수시 예술인촌 작업실에서 박 작가를 만나 그가 어떻게 김명시 장군을 알게 됐고, 기록화까지 그리게 됐는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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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대받는 모습에 작업…영호남 잇는 작품 활동 계속할 것”

◇기록화로 여순사건 알리다 = 여수·순천 10.19 사건(여순사건) 유족이기도 한 박 작가는 그동안 기록화로 여순사건을 알려왔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서울에서 활동하던 그는 자신의 집안과 여순사건이 얽혀 있다고 느꼈지만 흔적을 찾지는 못했었다. 가족 중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정부 기록에서 찾은 '광천 다리 밑, 좌익 활동, 총살'이란 조부의 흔적으로 변곡점을 맞았다. 그가 보기에 조부의 죽음은 억울했다.
단순하게 군인들의 반란으로만 알려졌던 여순사건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일념이 그를 움직였다. 그렇게 실상을 알리고 희생자·유족의 슬픔을 달래는 작품 활동을 하던 중 2021년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그즈음 백마 탄 여장군을 마주했다. 2022년 창원에서 활동하는 구자환 영화감독 소개로 김 장군을 알게 됐다. 박 작가에게 김명시는 동학농민운동과 여순사건을 잇는 인물이자 4월 혁명·부마민주항쟁 등 영남권 민주화운동 출발점으로 보였다. 가려진 역사, 가려진 인물을 조명해 왔던 그의 가슴속으로 김명시가 들어온 순간이었다.

◇세세한 장면까지 고증에 신경 써 = 박 작가에게는 기록화 작업을 할 때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잔인하게 표현하지 않을 것,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일 것, 고증에 기반해 작업할 것이 그것이다. 김명시 장군을 주제로 한 기록화도 마찬가지다.
박 작가는 이춘 작가가 지은〈김명시 - 묻힐 뻔한 여성 항일독립영웅〉을 읽고, 사진 등 사료를 확보해 나가면서 그가 당시 어떤 생각을 품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말을 탄 모습을 재현해 준다기에 직접 의상을 가지고 경북 경주로 한달음에 달려가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올해 김명시 장군 관련 작품 3점을 내놓았다.
이 중 '김명시 장군'이 대표 작품으로 1945년 12월 귀국한 김명시 장군이 조선의용군 총사령관 김무정 장군과 함께 서울 종로 거리를 행진하며 민중의 환호를 받는 장면이다. 450×195㎝ 크기의 대형 작업으로 당시 김무정 장군이 실제인지, 대역인지 논란은 있지만, 이 장면이야말로 김명시 장군을 극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이와 함께 마산에서 태어난 김명시가 여동생을 업고 야학을 다닌 모습을 담은 '마산의 불꽃'(90×72㎝), 1941년 치른 호가장 전투를 담은 '태항산에서 조국을 바라본다-김명시 장군'(162×130㎝)이 있다.
박 작가는 "가령 '김명시 장군' 작품에는 종로구라고 쓰였는데, 종로정이라고 써야 하는지 종로구라고 써야 하는지, 신호 준수라고 쓰인 일본말도 있는데, 해방정국에서 우리말로 바꿨을지 그대로 놔뒀을지 고민했다"며 "이뿐만 아니라 건물, 의상, 무기부터 당시 정황까지 고증에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영호남 잇는 작업 계속할 터 = 김명시 장군으로 시작한 영남과 인연은 계속될 예정이다. 박 작가는 앞으로 영호남 동학군이 힘을 합쳤던 경남 남서부 동학농민운동을 화폭에 담을 예정이다. 그는 "지금은 정치인들이 영호남 나뉘어서 싸우기도 하고 지역감정이라는 게 있지만 당시만 해도 농민들, 조선인들은 한민족이었다. 영호남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호남 민주투사를 한자리에 모으는 작품도 구상 중이다. 의병투쟁이 전개된 때부터 빛의 혁명을 완수한 때까지 대한민국을 있게 했지만 주목받지 못한 한 명 한 명을 화폭에 담아 여순사건에서부터 이어온 자신의 작업물을 한데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김 장군이 포함되는 것도 물론이다.
박 작가는 "과거 가려진 사건 당시에 내 분신을 보내 그들이 보낸 불꽃을 받았다"며 "지금도 그 불꽃은 사람들 가슴에서 빛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며 웃었다.
/류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