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단상] 수해 복구의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도정 승려시인 2025. 8. 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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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산사태 덮친 마을 곳곳 손도 못 대
서로에게 의지처가 되고 힘이 되기를

기상청 예보를 보면 올해의 장마는 유월 초순이었고, 예년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빨리 경남지역에 장마전선이 생성되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장마는 이름만 장마였을 뿐, 오랜 가뭄으로 말미암은 그 목마름을 채우지는 못했다. 비는 고사하고 봄에 일었던 산청지역의 대규모 산불 재난에 마른 입에 거즈로 물을 묻히듯 소나기도 없이 맹탕으로 지나가 버렸다. 밭작물은 타들어 가고 도랑물은 말라갔으며 애써 심어 가꾼 시들시들해지는 모종들을 살리고자 물을 대는 수고로운 농군의 이마에 땀만 비 오듯 했다. 그래서 올해 이토록 비가 안 오는 '마른장마'는 처음 봤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왔다. 남부지방에는 장마라는 이름만 언뜻 비추고 중부지방으로 가버린 장마전선은 급기야 뜨거운 남풍에 밀려 북쪽으로 멀리 달아나버리고 말았다. 이 여름을 비도 없이, 소나기도 없이 어찌 견딜까 걱정 했었다.

그런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했던가. 장마가 지나간 지 언제인데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물벼락이 쏟아진 것이다. 7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 동안 산청에 내린 집중호우 평균 강우량은 632㎜에 달했으며 백 년 만의 폭우라는 말도 나왔다. 비가 올 때 거실에서 밖을 내다보며 "이런 폭우는 난생처음"이라는 독백이 이어지고 있을 때, 하늘에서 연이은 천둥이 치고 번개가 사방으로 치달아 번쩍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사는 이웃의 세 개 마을이 전부 물에 잠기고 말았다.

나는 합천과 의령과 산청, 이 세 개 군(郡)이 만나는 곳에 살고 있어서 합천 삼가면에서부터 의령 대의면이 강물이 범람해 물에 잠기고, 이어 산청 생비량면 제보리가 물에 잠긴 것을 목격했다. 내가 사는 곳은 지대가 조금 높아 침수 피해는 없었지만, 산사태는 피해 가지 못했다. 집 옆으로 흐르는 실개천으로 산에서 쏟아진 토사와 바위가 쌓이고 급히 불어난 물길이 집 마당을 덮쳤다.

인명 피해만 해도 사망 14명 실종 1명이었다. 비상 3단계 대피령이 내려지고 전 군민 대피령도 내려졌다. 산청군 재산피해는 26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복구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모자라 다른 지역에서 원정 복구를 왔으나 언제쯤 폭우로 인한 피해복구를 끝내고 군민이 평안했던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가늠이 안 되고 있다.

나는 오늘도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와 돌이 쌓인 집 마당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섰다가 맥없이 뒤돌아서기를 반복하고 있다. 면에서 보내온 중장비가 와서 이틀 동안 임시복구를 하고 갔지만, 말 그대로 임시복구일 뿐이었다.

비가 다시 와도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집으로 들이닥치지 않을 정도로 실개천만 겨우 치우고 산에서 흘러내린 바위를 몇 단 쌓아 정비했을 뿐, 중장비가 뻗지 못하는 집 둘레에 쌓인 토사와 돌, 급류가 쏟아져 들어와 망가져 버린 밭은 아예 손도 못 대고 있다.

아직 마을과 마을로 이어지는 산길 도로 등이 다 복구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농사로 생계를 삼는 이들의 망가진 논밭 정비와 처참하게 망가진 비닐하우스 농사도 복구가 안 되고 있다. 집을 잃고 갈 곳마저 잃은 이재민들의 고통과 애로를 생각하면 그 시름도 온몸으로 뼈저리게 느끼는 바다. 서로가 서로의 의지처가 되고,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하루속히 수해를 극복할 용기를 얻고 재발하지 않도록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바랄 뿐이다.

/도정 승려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