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산업재해"… 40대 가장 배달라이더의 안타까운 사망

"평소에 안전을 철저히 지켜 온 동료 배달 라이더가 세상을 떠나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5일 군포시 당동에서 마을버스에 치여 숨진 배달 라이더 A씨의 동료인 B씨는 사망 소식에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A씨는 평소 가족의 생계를 홀로 책임져 왔던 40대 가장이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새벽 3시 반까지의 강행군 일정에도 짬짬이 시간을 내 라이더유니온의 안전지킴이 활동에 참여해 왔다. 안전 교육이 있으면 주변 동료들에게도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도로에서 사고 현장을 목격하면 직접 현장 조치를 하거나 안전신문고에 신고도 종종 했다고 한다. 이렇게 '도로 위의 안전지킴이'였던 그가 한순간의 사고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 동료들도 쉽사리 믿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10시 20분께 군포시 당동 군포초교사거리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하던 마을버스가 우측 도로에서 우회전하던 오토바이 후미를 들이받았다.
오토바이는 버스에 의해 수 m가량 끌려갔고, A씨는 이 사고로 끝내 숨졌다. 경찰은 버스 기사 C씨가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았던 데다 오토바이와 추돌했음에도 곧바로 사고를 알아차리지 못해 A씨가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이번 사고가 단순한 교통 안전망 부재에 따른 결과가 아닌 낮은 배달 수수료에 장시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노동 환경이 맞물린 구조적 산업재해라고 지적한다.
A씨는 배달 건마다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쿠팡이츠 리워드 '골드플러스' 그룹 조건을 맞추고자 매일 12시간씩 배달 일을 했다고 한다.
리워드 프로그램은 일정 기간 수행한 배달 건수에 따라 그룹에 차등을 둬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그룹별 조건을 맞추면 더 많은 수당을 벌 수 있기에 배달 단가가 낮은 노동 환경에서 라이더들이 생계유지를 위해서라도 리워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게 노조의 설명이다.
A씨는 리워드 조건을 충족한 다음날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2번째 콜을 수행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동료 B씨는 "속도·신호 위반을 일절 하지 않고 묵묵히 일을 했다. 항상 저녁이면 늘 피곤해 했던 게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50대 배달 라이더가 버스와 충돌해 숨진 사고가 일어난 지 닷새 만에 발생한 만큼, 배달 노동 환경의 개선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번 사고는 누적된 피로와 집중력 저하가 겹친 상황에서 과로를 강제하는 구조의 결과물"이라며 "배달 플랫폼 업종을 산재 감축 최우선 업종으로 지정하는 등 실효성 있는 제도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오는 12일 사고 현장에서 A씨의 추모식을 열 예정이다.
노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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