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못받아 발묶였다면 '임차권 등기명령' 활용하세요
우선변제권·대항력 유지
관할 지방법원 통해 신청
보증금 못받은 상태서
전입 빼는 행동은 위험

최근 상담한 사례다. 10년 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를 세입자가 있는 상태로 매입한 고객이 비과세 혜택 요건을 맞추기 위해 직접 거주를 결정했다. 현재 살고 있는 반포 아파트 전세 계약이 만료돼 이사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계약 갱신 시 5억원이나 증액해준 전세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6·27 부동산 대책 이후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집주인이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처럼 고가 전세가 몰린 서울에서는 만기 때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갭투자 성격의 매물 비중이 높아지면서 새 세입자를 찾기 전까지는 사실상 보증금을 기존 임차인에게 돌려주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세입자는 이미 새 집 계약이 끝나 전출해야 하지만 기존 보증금이 묶여 이사조차 못 나가는 난감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임차권 등기명령'이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 계약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법원에 신청해 등기부에 임차권을 기재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전출 후에도 우선변제권과 대항력이 유지돼 집주인이 새로 대출받거나 제3자가 압류를 걸어도 임차 보증금이 후순위로 밀리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
활용 방법도 비교적 간단하다. 임차 주택 소재지 관할 지방법원에 신청하면 되며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서와 임대차 계약서 사본, 부동산 등기사항 증명서, 주민등록초본 등을 준비하면 된다. 평균적으로 10일 이내에 법원 결정이 내려지고 등기부에 임차권이 기재되면 기존 전입 상태와 유사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단점도 존재한다. 임차권 등기가 등기부에 기재되면 해당 부동산이 보증금 반환 문제로 얽혀 있다는 점이 공개돼 임대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또 임차권 등기 자체로는 강제집행 효력이 없고 시효 중단 효력도 없다는 한계가 있다. 실질적으로 보증금을 회수하려면 이후 지급명령이나 민사소송을 통해 집행권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임차권 등기명령을 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임대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면 협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현재와 같이 불안정한 전세 시장에서는 무엇보다 권리 보호가 중요하다. 특히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전입을 빼는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 전입이 빠지는 순간 대항력도 함께 상실되기 때문이다. 이사 날짜가 다가와도 보증금 반환 전까지는 전입 상태를 유지하며 임차권 등기명령을 통해 법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이다.

[이관재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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