탭댄스 소리에 요동치는 심장…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무대 위, 수십개의 구두 굽이 바닥을 때리며 일제히 리듬을 쌓아 올린다. 그 소리는 단순한 타악이 아니다. 사람들의 꿈이 두근대는 소리, 무대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심장박동처럼 울린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그 박동 위에 쇼비즈니스의 환상과 현실, 낭만과 냉소, 희망과 고단함을 층층이 쌓아 올린다. 춤과 음악, 군무와 조명이 어우러지는 이 거대한 쇼는 단지 눈이 즐거운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무대는 왜 계속돼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경쾌한 대답이다.

1980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시작된 작품은 단숨에 고전의 반열에 올랐고, 뉴욕타임스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왜 특별한지를 증명하는 쇼”라고 극찬하는 등 온갖 찬사를 받았다. 그저 오래된 뮤지컬이 아니라, 무대 예술의 본질을 되묻는, 현대를 위한 고전이 된 것이다.
지난달 10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16번째 시즌(9월14일까지)에는 특히 무대 바깥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합류해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연출자 줄리안 마쉬 역에 뮤지컬 연출자이자 음악감독으로 활동해온 박칼린이 3년 만에 무대로 복귀해 쇼비즈니스의 양면성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박건형과 양준모 역시 각기 다른 결로 마쉬의 카리스마를 채워 넣는다. 페기 소여 역에는 전 시즌 앙상블 출신인 유낙원과 걸그룹 아이오아이 출신 신예 최유정이 더블 캐스팅됐다. 작품 속 ‘백업에서 스타로’라는 테마가 실제 캐스팅과도 교차되는 인상적인 구성으로 완성된 것이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최유정은 “연습 도중 답답해서 눈물까지 났다”고 탭댄스의 고된 연습 과정을 털어놨지만, 무대에서는 그만큼 폭발적인 에너지를 선보인다. 유낙원 역시 장기간 무대 경험을 토대로 유려한 성장 서사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주목받고 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신데렐라 서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작품을 고전의 반열로 오르게 한 진짜 이유는 바로 음악과 춤, 그리고 그것을 감싸는 집단적 리듬의 힘이다. 빅밴드 재즈와 탭댄스가 결합해 만들어내는 생생한 에너지, 거대한 퍼커션 앙상블처럼 움직이는 군무, 그리고 그것을 리드하는 넘버들은 관객의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사로잡는다.

‘위 아 인 더 머니’, ‘셔플 오프 투 버펄로’, ‘럴러바이 오브 브로드웨이’, ‘포티세컨드 스트리트’ 등 익숙한 고전 넘버들은 마치 무대 자체가 악기가 되어 연주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정교하게 편곡되고 연출된다. 특히 ‘럴러바이 오브 브로드웨이’는 쇼비즈니스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품은 대표곡으로, 브로드웨이라는 거대한 환상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장가이자 다짐처럼 들린다.
작품은 겉으로는 반짝이는 쇼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내부에는 쇼비즈니스의 날카로운 풍자가 흐른다. ‘브로드웨이 42번가’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이 작품이 ‘쇼는 계속돼야 한다’는 낭만에만 기대지 않기 때문이다. 무대 뒤편의 피로와 경쟁, 예술과 산업 사이의 긴장까지도 고스란히 무대 위로 끌어올리면서, 그것마저도 하나의 쇼로 승화시키는 힘이 있다. 화려한 춤과 익숙한 음악에 감춰진 그 층위는, 케이(K)팝, 오티티(OTT) 콘텐츠, 크리에이터 플랫폼 등 현대의 모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은유로도 읽힌다. 고전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살아나는 것임을 이 작품은 증명한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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