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난이도

기호일보 2025. 8. 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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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전 여주교육장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전 여주교육장

현대인들은 대부분 삶의 난이도가 높다고 불평한다. 학업, 취업, 주택, 노후 준비, 예고 없는 사고와 질병 등 다양한 문제들이 짐 덩어리처럼 무겁게 느껴진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인생이라지만 살면 살수록 그 난이도의 정도와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 어떻게 대비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조차 가늠되질 않아 참으로 힘들고 두렵다.

누구나 살다 보면 삶의 고비 고비마다 생각하지도 않은 두려움이 찾아올 때가 많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위협적인 일이지만 그 두려움을 대하는 자세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베토벤은 20세 때부터 청각 장애를 일으켜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래서 조리처럼 만들어진 옛날 보청기를 귀에 꽂고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의 청각은 더욱 무뎌져 점점 더 큰 보청기를 꽂고 작곡해야 했다. 결국에는 거의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피아노 건반을 더욱 열심히 두드리며 음악을 작곡했다. 지금도 그가 쓰던 피아노 건반에는 손가락으로 파인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한번은 그가 교향곡 제9번을 직접 지휘하게 됐다. 관객들은 베토벤의 모습을 보고 연주를 들으면서 감격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뒤로 돌아서서 지휘하던 그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연주가 끝난 후에 그냥 무대 뒤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때 바이올리니스트가 그를 붙들고 열광하는 청중의 모습을 보게 했다. 음악가에게 청력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베토벤은 자기에게 닥친 큰 불행을 두려워하지 않고 극복했다.

인생은 자전거와도 같다. 멈추지 않고 달려야만 쓰러지지 않는다. 그리고 넘어지는 쪽, 즉 두려운 방향으로 핸들을 돌려야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넘어지는 게 두려워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면 계속 넘어지고 만다. 힘차게 페달을 돌리면서 두려운 방향으로 몸을 내밀어야만 비로소 앞으로 달려 나갈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두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 두려움을 만나면 뒤로 물러서고 싶고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쉽다. 그래서 어떤 이는 미리 포기하고 어떤 이는 그 상황으로 몰아간 환경이나 사람을 원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려움의 진정한 탈출구는 바로 그 길을 통과하는 데 있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을 만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만난 두려움을 어떻게 마주하고 다룰 수 있느냐다. 두려움을 피하려는 감정에 이끌리면 결코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없다.

두려움이 항상 부정적이고 나쁜 것은 아니다. 긍정적이고 좋은 두려움도 존재한다. 적당한 두려움은 동기유발에 자극제가 되고 삶에서 진실로 소중한 것을 잃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그것을 끝까지 지켜내려는 의지를 가지게 되기도 한다.

영국의 저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운명은 절대 바꿀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길을 건너기 전에 좌우를 살피는 것을 나는 보았다"고 했다. 결국 운명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다. 아무리 두렵고 불안하더라도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 운명은 배이고 그 배를 운항하는 사람은 바로 나다.

삶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난이도는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다. 내 안의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만나면 그것은 내 삶의 일부가 된다. 외부의 그 어떤 조건보다 중요한 것은 내면의 생각과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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