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영화는, 그럼에도 피어난다

최우은 2025. 8. 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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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은 문화부 기자

“영원한 것은 없다고 모두 말하지만 하늘은 아직도 푸르네/눈부신 바다를 꿈꾸네”

밴드 페퍼톤스의 청량한 노랫말이 정동진의 밤하늘을 낭만으로 물들였다. ‘해가 떠오르는’ 정동진은 매년 8월 첫째주가 되면 ‘영화가 떠오르는 곳’으로 바뀐다.

올해로 27회를 맞은 정동진독립영화제는 급격한 예산 감축으로 개최조차 불투명했다. 지난해 1억 2000만 원이었던 예산은 5000만 원으로 무려 7000만 원이나 줄었다.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적처럼 더욱 단단해졌고 더 많은 사람을 끌어안았다.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이었던 1만 5000여 명을 훌쩍 넘어, 올해는 2만 5000여 명의 관객이 정동초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주황빛 노을이 물든 여름 밤, 선선한 바람을 따라 펼쳐지는 야외 상영은 지친 일상을 벗어나는 작은 탈출구가 됐다.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의 관람객들이 정동진을 찾았다. 그들은 영화제 기간 지역의 숙소에 머물고, 맛집과 명소 등 지역 구석구석을 누볐다. “휴가를 정동진에서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영화 같던 뷰, 낭만적인 시간”, “우울함 씻기는 선물 같았다….” 각자의 여운은 SNS에 기록됐다. 짧지만 강렬했던 찰나의 순간은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불어넣었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정동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지난 5월에 열린 춘천영화제는 예산이 지난해보다 3000만 원 줄어든 2억 원으로, 야외 상영관을 전면 축소해야 했다. 그럼에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198%의 프리오더 예매율을 기록하고, 3000여 명의 관객이 현장에서 함께하는 등 독립영화를 향한 눈부신 연대를 관객의 힘으로 완성해냈다.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원주옥상영화제의 예산은 올해도 ‘0원’이다. 조직위는 민간 후원과 공모사업 등을 통해 간신히 상영을 이어가게 됐다. 이들은 “올해도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영화제를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을 되새겼다. 이들 영화제는 뙤약볕에도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피어나는 능소화를 닮았다. 열악한 예산, 부족한 인력에도 오직 독립영화를 향한 애정 하나로 자신만의 빛깔을 잃지 않고 꽃을 피워내니 말이다. ‘강원 방문의 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실질적인 지원은 여전히 아쉽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순수하고 강인한 문화의 힘은 바로 그 틈에서 피어난다.

다시, 노래로 돌아간다.

“푸르른 우리의 꿈들 꿈이 아니기를/어딘가에서 기다리는 눈부신 바다를 꿈꾸네/우린 그곳에 달려가네 이대로 언제까지나”

우리는 여전히 그 바람을 믿는다. 올여름 강원에서 피어난 독립영화의 꿈이 오래도록 기억되길. 그리고 언젠가, 정말로 그 바다에 닿기를.

#정동진 #편집국 #독립영화 #영화제 #5000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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