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영화쿠폰 풀리니 북적…극장 침체는 관람료 때문이었나
- ‘좀비딸’ 최대 수혜 ‘F1’ 역주행
- 비싼 티켓값 논쟁 다시 떠올라
- “침체는 작품부족 때문” 분석도
영화 할인 쿠폰의 효과일까. 극장가가 모처럼 관객으로 붐비고 있다.

지난 4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3일 사흘간 극장 관객 수는 219만 명으로 전주(173만 1167명) 대비 26.8% 급증했다. 특히 1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었던 ‘문화의 날’인 지난달 30일 극장을 찾은 전국 관객 수는 86만 명. 이는 팬데믹 이후 하루 최다 관객 수를 경신한 것으로, 지난해 같은 날과 비교해도 25% 증가한 수치다.
극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은 데에는 6000원 할인 쿠폰의 영향이 컸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민생 회복과 영화 산업화를 목표로 271억 원 예산을 들여 450만 장의 영화 할인권을 배포했다. 할인권 발급 첫날 오전에는 주요 멀티플렉스의 예매 사이트에 서버 마비 현상이 발생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이 가운데 조정석 주연의 ‘좀비딸’이 이번 할인 쿠폰의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의 코믹극. ‘문화가 있는 날’인 지난달 30일 개봉한 ‘좀비딸’은 첫날 약 43만 명을 동원하며 올해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올린 것을 물론, ‘극한직업’(36만 명)을 제치고 역대 한국 코미디 영화 중 개봉 첫날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다.
정부 쿠폰과 영화를 7000원에 관람할 수 있는 ‘문화의 날’까지 겹치면서 단돈 1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는 루트가 뚫린 게 주효했다. ‘좀비딸’은 초기 입소문을 타고 개봉 6일 만에 200만 돌파에도 성공하며 장기 흥행을 예약한 상태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F1 더 무비’도 역주행했다. 할인 쿠폰 발행 후 전주 주말 대비 관객 수가 13.1% 증가하며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야당’ ‘미키 17’에 이어 300만 고지를 넘었다. 주말 좌석 판매율은 35.4%로 ‘좀비딸’ 다음으로 높았다. 개봉 3주 차에 접어든 ‘킹 오브 킹스’ 역시 뒷심을 발휘하며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오랜만에 활기를 찾은 극장가를 두고 극장 불황의 원인이 영화 티켓값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주말 기준 최대 1만2000원이었던 영화표값은 2020~2022년 최대 1만5000원까지 인상됐다. 이는 같은 기간 평균 물가상승률의 9배에 이른다.
지난해 배우 최민식마저 티켓값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을 정도로 영화 관람료는 이미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다. 최민식은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요즘 영화 티켓 가격이 1만5000원인데 그 가격이면 집에 앉아서 스트리밍 서비스 여러 개를 보지 발품 팔아 가며 보겠느냐”며 “팝콘까지 먹으면 부담스러워서 저라도 안 간다”고도 발언해 티켓값 논쟁을 촉발한 바 있다.
한편, 이번 할인권으로 인한 관객 증가는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올해 상반기 영화관은 최악의 침체를 기록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결산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극장 관객수는 425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5%(2043만 명) 줄었다. 한국 영화 감소 폭은 이보다 큰 42.7%였다.
2024년 상반기엔 ‘파묘’ ‘범죄도시4’가 1000만 관객을 달성하며 분위기를 주도했지만, 올해는 소위 ‘대박’이라고 할만한 영화가 나오지 않았다. 여름 기대작이었던 312억 제작비의 ‘전지적 독자 시점’은 각색 논란과 함께 겨우 100만 관객에 턱걸이하며 퇴장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 이번 할인 쿠폰의 수혜를 입고 흥행이 불붙은 ‘좀비딸’의 흥행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오는 13일엔 임윤아 안보현 주연의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가 할인권 영화 대열에 합류한다. 참고로, 1인당 2매까지 사용할 수 있는 이번 영화 할인쿠폰은 다음 달 2일까지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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