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억이 아닌 마음에 새긴 순간들…뮤지컬 ‘오세이사’
이준·윤소호·김인성·장민제·솔빈 출연
오는 24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

기억은 시간과 함께 한다. 하루하루의 경험을 간직하고 누군가와 같이 했던 순간들을 마음에 새기며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도 쌓여간다.
서울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는 뮤지컬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는 바로 이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기억을 잃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가진 히노 마오리와 괴롭힘당하는 친구를 돕기 위해 마오리에게 거짓 고백한 가미야 도루의 시간들을 다룬다.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소설은 국내에서도 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2022년 영화화돼 한국 개봉 당시 12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상영한 일본 실사화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한 인기에 힘입어 뮤지컬로 제작됐다. 황정은 작가와 이상훈 작곡가, 이대웅 연출이 의기투합해 전 세계 초연으로 선보인다.

기억을 쌓을 수 없는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마오리에게는 최선의 방법이었던 것. 마오리는 도루와의 보낸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일기로 기록하며 매일 아침마다 전날의 기억을 새롭게 더해갔다.
우연히 시작된 만남이었지만 둘은 매일 같이 하굣길을 함께 하고 시간을 보내며 진짜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다.
작품은 상큼한 청춘 로맨스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극의 후반부에는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난 도루로 인해 남겨진 이들이 겪는 상실감과 슬픔을 보여주며 청소년들의 풋풋함을 넘어선 누구나 가진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에 대해 떠올리게 만든다.

특히, "오늘은 오늘만 오늘이니까", "기억은 없어져도 마음은 없어지는 게 아닐 거야" 등 사라지는 하루를 제일 좋은 날들로 채워가기 위한 두 주인공의 모습이 예쁜 대사들을 만나 더 깊이 있게 전달된다.
기억과 사랑이라는 추상적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무대영상도 큰 몫을 해낸다. 청량감 느껴지는 봄날의 공원,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 마오리의 수채화, 소설 표지와도 같은 노을진 하늘 등 글로만 존재했던 풍경들을 LED 무대장치로 그려냈다.
도루 역은 그룹 엠블랙 출신의 이준과 윤소호, 김인성이 출연하며, 마오리 역은 장민제와 그룹 라붐 출신 솔빈이 맡았다. 공연은 오는 24일까지.
정경아 기자 jka@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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