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현장서 살아 움직이는 위험성평가 생명지킨다

2025. 8. 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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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산업현장은 폭염과 집중호우라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고온 속 작업으로 인한 온열질환 위험이 커지고, 예고 없이 쏟아지는 폭우는 감전과 침수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이러한 위험요소는 사전 인지와 대응이 없으면 중대한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핵심 예방 수단이 바로 ‘위험성평가’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사전에 발굴하고 이를 제거하거나 줄이기 위한 개선대책을 수립·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2023년 고용노동부의 위험성평가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업장의 위험성평가 실시율은 2019년 33.8%에서 2023년 71.8%로 증가했다. 그러나 사업장 순회점검에 노동자가 참여한 비율은 53.4%에 머무르고 있다.

문제는 많은 사업장에서 위험성평가가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안전담당자가 작업장 내 모든 공정의 유해·위험요인 파악부터 위험성 결정, 개선대책 마련까지 전과정을 수행한 후 작성된 서류는 캐비닛 속에 보관되어 있을 뿐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이러한 평가로는 결코 재해를 막을 수 없다. 위험성평가는 단속을 피하거나 행정요건을 갖추기 위한 문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현되어야 하는 ‘행동’이다.

지금도 산업현장에서는 하루 평균 2명 이상의 노동자가 일하다가 귀중한 생명을 잃고 있다. 2024년 산업재해 부상자 수는 11만 4천여 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끼임, 부딪힘, 떨어짐 등 산업현장에서 반복되는 사망사고 대부분은 위험성평가만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했다.

종이 위에 머무르는 위험성평가로는 더이상 재해를 막을 수 없다. 진정한 재해 예방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위험성평가에서 시작된다.

이를 위해서는 세 주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첫째는 노동자의 참여다. 위험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실제 공정과 설비, 아찔한 사고 경험까지 갖춘 이들이 평가 전 과정에 함께할 때, 유해·위험요인을 빠짐없이 파악할 수 있고, 실질적인 개선이 가능하다.

둘째는 관리감독자의 책임이다. 관리감독자는 위험성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키맨(Key man)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노동자와의 소통을 통해 실현 가능한 개선방안을 이끌어내는 리더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

셋째는 경영자의 결단이다. 비용 절감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위험성평가에 따른 안전 투자가 생명을 지키는 의무이자 미래를 위한 가치 있는 투자임을 인식해야 한다. 위험성평가가 성공하려면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제는 평가의 형식을 넘어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다.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고 제거하며, 다시 점검하는 일상적 실천이 필요하다. 산업재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오늘 점검하지 않은 위험은 내일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8월, 더 늦기 전에 일터의 위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위험성평가, 그것이 산재예방을 위해 현재 추진 중인“안전한 일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생명을 지키는 길이다.

하형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안전보건사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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