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로 본 오늘]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말로, 저지른 잘못은 덮을 수 없을뿐더러 책임도 분명히 따른다는 세상의 이치를 뜻한다. 내란을 일으켜 나라를 망가뜨려 놓은 것은 물론, 함께 온갖 못된 짓을 저질러 놓고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구차한 전직 대통령 부부에게 딱 맞는 고사성어가 아닐까 싶다.
<습유기(拾遺記)>와 <사기>의 '제태공세가' 등에 나온다.
강태공으로 잘 알려진 여상(呂尙)이 결혼해서도 학문에만 열중하자 이를 못마땅히 여긴 부인 마(馬)씨가 집을 나가 버렸다. 흰머리가 날 때까지 벼슬을 못 했던 그는 70세 때 마침내 인재를 찾고 있던 상(商)나라 국군(國君)인 주(周) 문왕을 만나 참모로 등용이 됐다. 그는 문왕과 무왕을 보좌해서 역성혁명을 일으켜 중국 고대 국가의 하나인 주(周)나라를 건국했고, 공신으로 국군(國君)이 된 후 지금의 산둥반도에 제(齊)나라를 건국해 시조가 됐다.
왕이 된 그의 앞에 어느 날 노파가 찾아왔는데, 자세히 보니 오래전에 집을 나간 아내였다. 아내가 "지난날은 잘못했으니 날 받아주시면 아니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강태공이 그릇에 담긴 물을 바닥에 쏟게 한 후 이렇게 말하면서 단호히 거절했다.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엎어진 물은 다시 그릇으로 돌아올 수 없다)"
한 번 저지른 치명적인 잘못은 다시 되돌릴 수 없을뿐더러 마땅히 그 책임도 져야 함을 가르쳐주는 것으로 쓰이는 '복수불반분'이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했다.
지난주 우리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란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특검의 소환에 불응하다가 수의를 벗고 속옷만 입고서 드러누워 체포영장 집행을 따르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트럼프의 관세 공세에 맞서 유리한 협상 결과를 이끌기 위해 밤잠을 자지 못하고, 국민도 그 상황을 지켜보느라 노심초사하던 때인데, 전직 대통령은 정당한 법 집행 앞에서 추(醜)한 행동을 보인 것이다. 그가 아부 짓거리를 했던 일본의 말에서 변형된 '땡깡', 미국에서 써먹은 '쪽팔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수많은 의혹을 품고 있는 그의 아내 김건희 씨도 특검 조사를 받지 않으려 버티고 있다. 여러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검사들을 안가로 불러 셀프 조사를 했던 시절인 줄 아는 모양이다.
아무렴, 너나없이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이유야 어쨌든 불법 비상계엄을 발동해 헌법을 유린하고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오점을 남긴 윤석열 일당의 잘못은 어디 가지 않는다.
책임이란, 지위와 권한이 주어지면서 그에 따르는 결과까지 온전히 감내하는 도덕적이고 법률적 의무다. 책임지지 않으려면 애초 지위와 권한을 누려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무소불위로 온갖 못된 짓을 해 놓고도 후안무치한 그를 다른 사람들이 본받지 않도록 해야 함은 이 시대 또 하나의 과제이기도 하다.
'복수불반분'은 모든 행위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냉엄한 인간사의 진실을 가르쳐주고 있다. 12.3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그리고 그에 동조한 이들이 내놓는 어떤 합리화도, 변명도,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듯 잘못을 덮을 수는 없다. 이 말이 나온 3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상의 이치는 다 똑같으리라.
/송금호 작가·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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