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교체 여론조사·당원투표에만 3억원 썼다

박숙현 기자 2025. 8. 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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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여론조사에 1억4000만원, 찬반 당원 투표에 1억6000만원 사용
지난 5월 8일 당시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왼쪽)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 내 카페에서 단일화 관련 회동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교체 파동’ 당시 당원 대상 여론조사와 전 당원 투표에 약 3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로 부터 받은 보조금 등의 계정에서 쓴 것은 아니지만, 정치자금 자체가 세액공제 대상인 공적자금인 만큼 국민의 돈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조선비즈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국민의힘 21대 대선 수입·지출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 5월 7일 실시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 간 단일화 관련 여론조사에 1억4000여만원을 사용했다.

구체적으로는 여론조사를 수행한 여의도리서치에 ARS 조사 비용으로 1억2520만2165원을, 주식회사 유와이텔에 의견 수렴 안내문자 발송 비용으로 1915만 4736원을 5월 8일에 각각 지급했다.

이어 5월 10일에 실시한 ‘후보 교체 관련 전 당원 찬반 투표’에는 약 1억6000만원을 지출했다. 국민의힘은 같은 달 14일 여의도리서치 등에 1억4419만6303원을, 주식회사 한국전자투표에 1650만원을 각각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은 ‘보조금 외’ 수입계정에서 ‘조직활동비’ 과목으로 지출됐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국면에서 ‘후보 교체 파동’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당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했지만, 당 지도부는 한덕수 예비후보의 높은 지지율과 김 후보의 단일화 약속 등을 근거로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다.

특히 후보 등록 마감일인 5월 11일 전까지 단일화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판단 아래, 5월 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대선 후보 최종 경선 선거인단(75만 88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시 지도부 주도로 진행한 일이다.

이 여론조사에서 ‘단일화 시기로 언제가 좋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6.7%(18만 2256명)가 ‘후보 등록 전에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당 지도부는 5월 10일 새벽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한덕수 후보의 입당과 등록을 강행했다.

그러나 후보 등록 공고가 새벽 시간에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올라오고, 한 후보만 단독으로 서류를 제출해 등록을 마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헌 위반 및 절차적 불공정 논란이 확산했다.

결국 5월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ARS 방식으로 진행된 전 당원 대상 ‘후보 교체 찬반 투표’에서 반대 의견이 더 많이 나왔고, 이에 따라 한덕수 후보로의 교체는 무산됐다.

이후 대선 후보 교체 과정을 놓고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일었다. 경선에 나섰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당 후보를 교체할 거면 후보들이 경선에 쓴 돈을 변상하라고 반발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교체 과정에서 국민의 혈세 160억원을 허공에 날렸다고 비판했다. 경선 후보들이 쓴 비용뿐 아니라 국민의힘 당 차원에서도 적지 않은 비용을 쓴 것이 확인된 셈이다.

대선 이후에도 ‘후보 교체 파동’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당 지도부의 후보 교체 시도가 ‘당헌·당규상 근거 없는 행위’라고 결론 내리고, 이를 주도한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양수 전 대선관리위원장에게 당원권 정지 3년의 중징계를 권고했다.

정당은 선거가 있는 해마다 보전금·선거보조금, 매해 경상보조금 등 국고보조금을 받는다. 보조금 외 정치자금은 전년도 이월금, 당비, 기탁금, 후원회 기부금, 부대수입(건물 임대료 및 관리비, 예금 이자) 등을 통해 만들어진다.

3억원의 비용이 ‘선거비용 외 정치자금’ 과목으로 지급됐지만, 정치권에서는 적절치 않은 지출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은 ‘부정한 용도로 지출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21대 대선 정당 후보자 정치자금 회계실무에 따르면 부정한 용도란 ‘사적경비 이외의 경우, 정치자금의 지출목적이 위법한 것뿐만이 아니라 사회상규나 신의성실의 원칙의 위배되는 경우’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대통령 선거 회계 보고서를 접수 받아 보고서 내용 전반에 대해 검토 중”이라면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답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해당 비용이) 보조금 항목에서 지출되지 않았어도 정차지금은 모두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때문에 공적 자금”이라면서 “당시 후보 교체 시도가 정당한 의사결정이었는지에 대해 여전히 논란인데, 부적절한 지출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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