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 공공입찰-혁신기업 설 자리 없다

백종인 2025. 7. 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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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종인 ㈜지오포스트 대표이사

기술력도 아이디어도 충분한데 왜 자꾸 떨어질까?

수없이 반복된 낙찰 실패 속에서 남은 건 한 가지 의심뿐이었다. '제안서 경쟁이 아니라 평가위원과의 거리 싸움이 아닌가?'

공공입찰은 국가 예산을 투입해 공공서비스를 수행할 민간 파트너를 뽑는 절차다.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으로 실력 있는 기업이 선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지금의 입찰 구조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었고, 그 운동장 한가운데에는 평가위원과 기업 간의 유착이 놓여 있다.

유착이 일상화된 시장, 혁신은 설 자리를 잃는다

공공입찰을 주업으로 하는 기업 사이에선 이미 익숙한 말이 있다. "제안서는 필요 없고, 평가위원이 누군지가 더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기업이 평가위원 정보를 수집하고, 심지어 평가위원들과 사적 접촉을 시도한다. 이른바 '평가위원 세팅'이 입찰 전략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막으려고 첩보작전 같은 평가위원 선정 절차를 도입하는가 하면 명단 비공개, 청렴 서약, 교육 강화 등의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지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실제로 유착을 밝혀내려면 수사가 필요하지만, 입찰 하나하나를 수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보가 있어도 증거가 부족하면 흐지부지된다. 시스템이 아닌 양심에 기댄 구조는 본질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15분짜리 평가'가 만들어내는 부조리한 결과

더 큰 문제는 평가 시스템 자체다. 공공입찰의 핵심은 '정성 평가'다. 하지만 제안 내용에 대한 평가보다 기업의 정량적 지표(매출, 인원수 등)에 더 큰 점수를 주는 구조다. 평가위원 중에는 해당 사업의 RFP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참여하는 이들도 많다. 회의실에 모여 기관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15~20분 안에 수억~수십억 규모의 사업 제안서를 평가해야 한다. 과연 이런 구조에서 '혁신'이 선택받을 수 있을까?

결국, 평가받는 건 '제안 내용'이 아니라 '제안 기업'이다. 얼굴이 익은 기업, 외형이 큰 기업이 유리하다. 새로운 방식, 참신한 아이디어는 평가위원의 이해를 구하지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정부는 평가위원 청렴교육을 강화하고 감시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진짜 해결책은 평가위원 개인이 아닌, 제도적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평가위원이 사전에 사업 내용을 숙지하고, 평가할 시간을 확보하며, 하나의 제안서를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해답은 무엇인가?

'우선 제안대상자 선정방식'이라는 새로운 평가 구조를 제안한다. 1단계 전자견적 기반의 가격 경쟁(복수예가 방식으로 가격 경쟁을 통해 제안 기회를 가질 '우선순위 업체'를 선정한다), 2단계 1순위 기업만 제안서 제출(선정된 기업만 제안서를 제출하고, 평가 받는다. 적격 시 바로 계약하고, 부적격일 경우 차순위 기업으로 기회를 넘긴다), 3단계 절대평가 기반의 정성 평가(비교가 아닌, 제안 내용의 완성도, 타당성, 사업 안정성 등을 중심으로 심층 평가가 가능해진다. 이 방식은 평가위원 유착의 구조적 유인을 차단하고, 평가 품질을 높이며, 제안 비용 낭비도 줄인다)

공공입찰은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이다. 단순히 '정부 돈으로 사업하는 일'이 아니다. 민간기업의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공공성과 만나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지금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이 기술 투자보다 사람 투자를 우선시하고, 제안서보다 인간관계를 우선시해야 한다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꼴이 된다.

이제는 기업의 실력, 아이디어, 열정이 평가받고 선택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백종인 ㈜지오포스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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