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251] 신안 흑산도 돌미역

좋은 미역은 줄기가 길고 잎이 가늘며 살이 꽉 찬 단단한 미역이다. 이러한 미역을 ‘가새미역’이라 하며, 줄기가 짧고 잎이 넓은 ‘넙미역’은 하품으로 분류한다. ‘자산어보’에도 ‘해대(海帶)’와 ‘가해대(假海帶)’로 구분했다. 그리고 해대는 ‘해산한 여성의 여러 병을 치료하는 데 이를 뛰어넘는 약이 없다’고 했다. 그 해대가 가새미역이다. ‘자산어보’를 집필한 정약전의 유배지였던 흑산도 사리마을은 좋은 미역이 나오는 곳이다.

사리마을 어귀에는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아직 바닷물이 마르지 않은 가새미역을 쌓아두고 ‘미역 가닥’을 만들고 있었다. 사리 미역밭이 좋은 이유를 물으니 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물발이죠’라고 대답했다. 좋은 미역은 바닷물이 깨끗하고 거칠며, 바위로 이루어진 해안에서 자란다. 좋은 미역을 얻으려면 섬 주민의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추운 날에는 갯바위를 깨끗하게 닦고, 더운 날에는 바위에 바닷물을 끼얹기도 했다. 미역을 채취하는 날은 물때와 파도를 살피고, 날씨까지 확인해 정한다. 그리고 바닷물이 빠지면 갯바위에 붙은 미역을 낫으로 베어낸 후 마을 주민들이 똑같이 나눈다. 이러한 과정에 참석하지 않으면 몫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 벌금을 부과하는 마을도 있다. 흑산도에는 마을마다 공동으로 운영하는 미역밭이 있다. 조선 시대에도 미역밭(藿田·곽전)에 세금을 부과할 정도로 중시했다.

똑같은 갯바위에서 채취하더라도, 집주인의 정성과 솜씨에 따라 미역 가격이 다르다. 미역 한 가닥을 만드는 데 수십 줄기의 미역이 필요하다. 상품성이 없는 부분은 떼어내고 잎과 줄기를 덧대고 붙여서 한 가닥을 만든다. 미역은 자연이 만들지만, 미역 가닥은 주민들 손끝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미역 작업을 할 때면 외지에 나가 있는 가족들이 들어와 거들기도 한다. 미역 농사가 일 년 농사다. 2024년에는 신안 흑산군도와 진도 조도군도 일대 ‘돌미역 채취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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