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엑스레이] [81] 군대 간 차은우를 동정하다가

더워 죽겠다. 맞다. 한국어는 과장법이 심하다. 한국인은 매번 죽는다. 더워서 죽고 추워서 죽는다. 배고파 죽고 배불러 죽는다. 좋아도 죽고 싫어도 죽는다. 한국어는 감정을 다소 과장하는 언어다. 타인에게 공감받는 것이 중요한 사람들의 언어라 그럴 것이다. 오늘은 글이 안 써져 죽겠다.
더워 죽겠다는 말은 더는 과장법이 아니다. 올여름 현재까지 온열 질환 사망자는 11명이다. 온열 질환자 숫자도 지난해보다 2.5배 많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글을 보다가 웃겨 죽을 뻔했다. 길을 걷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죽지도 않았는데 화장터 온 것 같네”라고 했단다. 삼도천 건널 날씨다. 삼도천도 증발해 걸어서 건널 날씨다.
더우면 다람쥐도 배고파 죽는다. 배고파 죽인다. 올해 연구에 따르면 북미 다람쥐가 들쥐를 사냥해 먹기 시작했다. 돌연변이 행동이 아니다. 절반 가까운 다람쥐가 같은 행동을 보였다. 겨울이 짧아지자 들쥐 개체가 급증했다. 씨앗 같은 다람쥐 먹이는 줄었다. 살려면 먹어야 한다. 늘어난 들쥐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조만간 우리는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점점 멸종하는 치타와 가젤 대신 다람쥐와 들쥐 추격전을 볼 것이다.
다른 동물도 빠르게 수렴 진화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작은 동물들이다. 호주 앵무새 부리는 수십 년 사이 10%쯤 커졌다. 부리로 열을 발산하려는 적응이다. 도마뱀과 다람쥐는 피부와 털색이 밝아지고 다리가 길어졌다. ‘앨런의 법칙’이다. 열 방출을 위해 팔다리 등 말단이 길고 가늘어지는 현상이다.
차은우가 군대에 갔다. 나도 한여름에 입대했다. 고생을 아는 나는 동정했다. 훈련소에서 찍은 차은우 사진을 보고 동정을 거두었다. 진화한 인류다. 피부가 밝고 팔다리가 압도적으로 길다. 어둡고 짧은 나와는 체열 방출 능력이 아예 다를 것이다. 내 사진은 후손이 ‘기후변화 이전 인류의 신체 구조’를 공부하기 위한 자료로 완벽할 것이다. 후대에 도움이 될 테니 좋아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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