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커지는 '마약중독치료센터'…재정 뒷받침 시급
국내 최초…사업비 50억여원
경기, 마약류 사범 전국 최고
하수처리장 성분 검출도 1위
예방 기능 커져도 예산 제자리
민간 위탁에 의료계 관심 저조

개원 6년을 맞은 경기도립정신병원이 '마약중독' 분야에서 공공 책임을 강화하며 역할 확장에 나섰지만, 예산 확보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업무 책임은 늘어나는 반면, 재정적 뒷받침이 충분치 못한 셈이다. 민간에 개방하는 공모에서 의료계 관심이 저조했던 원인으로 분석된다.
<6월 12·25일자, 7월 29일자 1·3면>
29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는 지난해 6월 도립정신병원에 전국 최초로 '마약중독치료센터'를 설치했다. 센터에는 마약전담병상 10개와 안정병상 3개가 운영되고 있다. 전문의 2명, 간호사 6명, 사회복지사 2명 등 19명의 인력이 배치돼있다.
올해에도 도는 도립정신병원의 주요 운영방침에 마약중독 치료·재활을 위한 '단계별 지원 체계 강화'를 수립한 바 있다. 각 기능을 살펴보면, 먼저 중독 여부를 판별하고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상담·검사 단계는 일회성 마약 사용자와 중독자를 구분해 초기개입을 진행한다.
경찰에 의해 이송된 정신응급환자에 대해서도 마약류 중독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할 수 있다.
치료·보호 단계에서는 응급 해독과 입원, 외래, 낮병원 치료 등 다양한 형태의 진료가 이뤄진다. 특히 치료비 부담이 큰 도민을 위해 지난해 2월부터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 공적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사법-치료-재활'이 연계된 통합모델도 구축해나가고 있다.
재활·회복 단계는 회복상담가를 중심으로 한 모임을 운영하고, 중독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사례관리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마약류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것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마약류사범은 2019년 1만6044명에서 2023년 2만7611명으로 72% 증가했다. 청소년은 같은 기간 518% 급증했다. 경기도는 전체 마약류사범 중 24.2%(6678명)를 차지하며 전국 최고 수준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5년간(2020~2024년) 전국 34개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분석한 결과, 시화하수처리장은 필로폰 사용 추정량이 1000명당 일일 기준 연평균 103.59㎎으로, 전국 평균(17.93㎎)의 6배를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전국 하수처리장 가운데 단연 1위다.
시화하수처리장은 이미 2020~2023년 사이에도 분석 대상 중 전국 최고 수준의 마약 성분 검출 지역으로 확인된 바 있다. 당시 필로폰 사용 추정량은 연평균 124.31㎎으로, 전국 평균(19.95㎎)보다 6배 이상 높았다.
이처럼 병원의 역할은 커지고 있으나, 정작 전체 사업비는 50억여원 수준에서 멈춰 있다. 세입세출예산 기준 2020년 37억여원에서 2021년 48억원, 2022년 51억여원으로 점차 커졌다가 2023년과 2024년은 비슷하게 유지됐다. 올해는 약 55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도비 100%로 충당되는 예산이다 보니, 세수가 부족한 재정 여건상 대폭 늘리기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공공이 아닌, 민간 병원에서 운영할 수 있을 만한 예산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에도 인건비가 80%에 육박하는 등 문제가 있었는데, 기능 보강으로 인력이 더 늘어나며 재정력 및 수익성이 더 열악해진다는 것이다.
도는 지난 8일부터 22일까지 도립정신병원 운영에 관한 새로운 위탁기관을 공개 모집했으나, 접수 마감일까지 신청서를 접수한 기관은 단 한 곳뿐이었다. 결국 도는 공모를 재공고했으며, 기존 위탁기관인 경기도의료원과의 계약은 9월 말까지 한시 연장한 상태다.
A병원 관계자는 "도립정신병원이 마약중독 회복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건 맞지만, 늘어나는 기능에 비해 현실적인 사업비 확보가 이뤄지지 않는 점이 한계"라며 "민간 병원 입장에서는 재정 구조상 위탁을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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