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잠 줄어든 한국인
한때 바쁜 생활 속에서 아침 시간을 자기 계발에 활용하는 ‘미라클모닝’이 유행했다. 운동이나 외국어 공부로 하루를 열면서 뿌듯함을 느낀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늦게 잠들고 일찍 일어나면서 수면 부족으로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였다.

물론 아침형 인간이 생활리듬에 맞는 사람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하루 4시간 자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업무를 봤다. 덕분에 당시 각 부처가 앞다퉈 출근 시간을 당겼고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는 공무원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제너럴일렉트릭 전 회장 잭 웰치도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다. 잠은 오랜 기간 성공의 적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잠을 적게 자는 체질이 아니라면 수면 부족은 치명적이다. 잠이 부족하면 몸이 둔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또 건망증이 생기고 몹시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생체리듬이 깨져 면역 기능이 떨어지고 고혈압 당뇨 치매 등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숙면은 전날 생긴 스트레스를 말끔히 없앤다. 잠이 보약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8시간4분이었다. 통계청이 10세 이상 국민 2만5000명을 대상으로 24시간 활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1999년부터 5년 주기로 이뤄진 6번 조사 중 수면 시간이 줄어든 것은 처음이다. 2019년 수면 시간은 8시간12분이었다. 통계청은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넷플릭스, 유튜브 등을 보는 사람이 늘어났다”면서 “그런 부분이 수면 시간 감소에 일부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면 양뿐만 아니라 질도 나빠졌다. 잠을 못 이룬 사람 비율은 11.9%로 국민 10명 중 1명이 제때 잠들지 못하고 평균 30분 넘게 뒤척인다. 이는 5년 전(7.3%)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국민건강보험 통계를 보면 국내 수면 장애 환자는 지난 2018년 85만5000명에서 2022년 109만8000명으로 4년간 30% 가까이 증가했다. 숙면에 도움 주는 제품 수요와 관련 시장도 커지면서 ‘슬리포노믹스(수면 경제)’란 말이 등장했다. 불면증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할 정도로 고통이 심각한 질병이다.
창의력과 집중력이 중요한 시대엔 투입하는 시간과 생산성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적당한 휴식, 충분한 수면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제는 잠자는 시간을 아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은정 논설위원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