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서른 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올해 창립 서른 돌을 맞는다. 1996년 9월 13일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영화제로 첫걸음을 디딘 이후, 외형적 규모뿐만 아니라 질적 수준에서 기적 같은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다. 첫 회에 31개국 169편의 작품을 6개 스크린에서 상영했던 영화제는 2024년 80개국 300여 편을 37개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도약을 했다.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중국의 장이머우,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을 비롯한 세계적인 거장들과 쥘리엣 비노슈, 양조위와 같은 글로벌 배우들이 찾는 권위있는 국제영화제로 발돋움했다. 2011년 건립한 전용관 ‘영화의전당’은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었고, 2017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아시아 최고 영화제이자 세계 5대 영화제로 위상을 올렸다.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자리잡으면서 부산시와 대한민국의 글로벌 품격을 올렸다.
BIFF가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성장한 이면에는 수많은 헌신이 있었다. 예산 지원을 아끼지 않은 부산시가 있었고, 김동호 이용관 고 강수연 고 김지석을 비롯한 역대 집행부와 프로그래머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하지만 영화제 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와 난관을 생각하면 마냥 축하만 나눌 상황은 아니다. 지금의 집행부는 2023년 불미스러운 내부 문제로 퇴진한 구체제를 혁신하고자 들어섰지만, 아직 분명한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 외부와의 경쟁도 만만찮다. 베이징국제영화제, 홍콩국제영화제 등 아시아 역내 영화제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유럽 3대 국제영화제(칸 베를린 베니스) 반열에 오르는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초심으로 돌아가 향후 30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방향성을 재정립할 때이다.
첫째, 아시아 영화라는 본연의 정체성(identity)을 견지해야 한다. BIFF가 세계적 영화제로 주목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시아 영화인 스스로가 아시아영화를 자기표상하며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보여준 주체적인 정체성에 있다. ‘아시아 영화의 창’을 비롯한 프로그램을 강화하며 아시아 영화의 발굴과 교류라는 본연의 가치를 잘 지켜나갔으면 한다. 둘째, OTT 등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진취적 자세가 필요하다. 극장용 영화 중심의 전통적 영화제의 권위를 유지하면서도, OTT를 비롯한 확장된 영화의 영역을 포용해 나가는 도전의 자세가 있어야 하겠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개막작으로 OTT 작품 ‘전, 란’을 상영한 것은 논란은 있었지만 새롭고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고 평가한다.
셋째, 향후 30년 비전을 제시할 프로그램 혁신과 밑그림이 나와야 할 때다. 지난 30년간 비경쟁 기조를 유지해 온 영화제에 올해부터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총 5개 부문의 경쟁 부문을 도입한 과감한 시도는 타당해 보인다. 영화제 작품 수준과 위상을 올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넷째, 부산 시민을 영화제의 주체로 세워야 한다. 안정적 예산 확보를 위한 지자체와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그 중심에는 부산 시민이 있다. 시민의 호응을 받는 ‘커뮤니티 비프’ ‘동네방네 비프’를 확장하고 내실화하면서 영화제의 주최자로 모셔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직의 안정성과 민주적 운영을 확립해야 한다. 박광수 이사장을 비롯한 현 집행부는 권한 남용과 내부 갈등으로 퇴진한 구체제를 대신해 들어섰다. 구체제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사장은 예산 확보와 조직 운영의 든든한 바람막이 역할에 머물러야 하며, 영화제의 실질적인 운영과 정체성은 집행위원장 중심의 비전으로 가야 한다. 다행히 올해 선임된 신임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세대교체형 위원장이면서 오랫동안 영화제에서 일해 온 영화인이라 기대하는 바가 크다.

BIFF가 과거 30년의 영광에 도취하지 않고, 향후 30년의 새로운 도전에 나서길 응원한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소신 있게 혁신하는 것이, 이전을 답습한 그럭저럭한 영화제로 명맥을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부산 시민과 전 세계 영화인들이 기다리는 서른 돌을 맞는 BIFF는 오는 9월 17일에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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