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교육정책, 포퓰리즘보다는 정도로 책임져야

황영남 2025. 7. 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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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남 바른아카데미 이사장·동국대 특임교수

글로벌 역량을 지닌 인재가 국가경쟁력을 높여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하게 된다.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이룬 밑바탕에는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의 교육정책과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이 자리 잡고 있다. 자신보다 나은 자식 세대를 위한다는 믿음이 70%가 넘는 고등교육 진학률을 가져왔고, 교육정책은 어느 정부에서나 중요한 정책의 하나로 제시되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두 달이 가까이 되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교육정책이 무엇인지 분명히 제시되지 않고 있어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혹자는 교육정책을 내세워봐야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 두리뭉실하게 넘어간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교육정책이 인기 없는 정책이 되었다. 복지 정책은 생색을 낼 수 있지만, 교육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교육정책을 소홀히 여기고, 교육 현안을 외면하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더욱 심해져서 공교육 부실과 예산 낭비, 교육정책 일관성 부족과 철학 부재는 현 정부의 책임으로만 여길 일이 아니다. 교육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낮아지고, 사교육비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대학은 많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뒤지는 현실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허울만 그럴듯한 명분들로 포장된 교육정책에 대해 학부모들은 더 이상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에 대한 책무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교학점제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고 일부 교원단체도 적극 주장했던 정책이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준비하여 2025학년도부터 시행되었다. 하지만 시행하자마자 학교 현장에서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었고,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생에게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넓히자는 고교학점제의 명분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학교 차원에서 이를 시행할 준비가 되었는지는 다른 문제이다. 학교와 지역에 따라 강좌 개설과 과목 선택의 편차가 커서, 교육여건에 따른 학습권의 불평등이 오히려 조장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매년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성과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는다.

현 정부에서 내세우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도 포장만 그럴듯한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서울대 한 곳을 유지하는 데 연간 약 6500억 원가량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이를 10개로 확대하여 70% 수준만 지원한다고 할지라도 매년 약 5조 원이라는 국가 예산이 소요된다. 제한된 국가 예산을 특정 10개 대학에만 집중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다. 이미 지방대학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새로운 '서울대급' 지방대학 지원정책은 기존 지방대학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대학의 본질은 단지 이름이 아니라 학문의 깊이와 질적 경쟁력에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최근 들어 막대한 교육예산을 투입한 교육정책을 명분만 내세워 실행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교육정책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는커녕 예산 낭비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더 이상의 교육정책의 혼란과 예산 낭비가 계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직면하고 있는 AI와 로봇 시대를 준비하고, 경쟁력 있는 미래세대를 교육하기 위해서라도 교육정책을 바로 세워야 한다. 공교육의 책무성을 확보하고 질 높은 교육으로 학부모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 그리고 대학은 각종 규제를 철폐하여 충분한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교육정책의 정도일 것이다.

/황영남 바른아카데미 이사장·동국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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