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7조원’ 풀렸는데…신안 섬주민 “쓰려면 배타고 4시간 가야”

양석훈 기자 2025. 7. 2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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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접수 일주일만에 대상자 78.4%에 지급
상권 열악한 농촌·낙도에선 쓸 곳 마땅찮아
농협하나로마트 사용 막혀…주민 불편 호소
서삼석 의원 "읍·면지역 사용처 대안 마련을"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왼쪽)이 28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행복지원센터를 찾아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고 민생을 안정화하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정작 상당수 농촌주민에게는 무용지물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가 ‘2025년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추진 중인 소비쿠폰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소비쿠폰 신청 접수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27일 기준)에 지급 대상자의 78.4%인 3967만명이 신청을 완료했고 약 7조1200억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여러 사용처를 저울질하며 행복한 고민에 빠진 도시민들과 달리 상당수 농촌주민들은 지역에 소비쿠폰을 사용할 곳이 없어 상대적 박탈감만 느끼고 있다. 상권이 열악한 농촌에선 농협 하나로마트가 생필품을 구입할 유일한 유통망인 경우가 많은데 행안부가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과 마찬가지로 소비쿠폰 사용처를 연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업종 사업장으로 제한한 탓이다. 

정부는 유사업종이 없는 면에서는 농협 하나로마트·농자재판매소에서 소비쿠폰을 쓸 수 있게 했지만, 구멍가게 수준이라도 유사업종이 한곳만 있다면 하나로마트 사용이 불가해 많은 농촌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29일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 사진)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하나로마트는 전체 2208개 중 약 5%에 불과한 121개에 그친다. 국회는 소비쿠폰 예산이 포함된 2차 추경안을 심사하면서 ‘상권 인프라가 열악한 읍·면 지역에는 생산자 단체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지만, 행안부는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할 뿐 실질적 대안은 내놓지 못하는 상태다.

전남의 경우 소비쿠폰 사용이 허용된 하나로마트가 13곳에 그친다. 더욱이 섬으로 이뤄진 서 의원의 지역구 신안은 14개 읍·면 중 장산면 단 1곳만 허용됐다. 팔금면은 마트가 1곳, 신의면은 편의점이 1곳, 비금면은 마트 1곳과 편의점 1곳이 있는 등 대부분 유통망이 열악하지만 유사업종이 있다는 이유로 하나로마트 사용은 막혀 있다. 

신안의 낙도(작은 섬) 주민들 사정은 더 심각하다. 하나로마트는 물론 작은 마트나 편의점도 없어 일부 섬 주민들은 소비쿠폰을 쓰려면 4시간가량 여객선을 타고 본섬까지 나가야 한다. 일부 낙도의 경우 인근 목포시로 가는 게 더 빠르지만 소비쿠폰이 주소지 시·군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탓에 더 먼 길을 이동해야 한다. 적지 않은 소비쿠폰이 쓰이지 못하고 소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소비쿠폰은 올 11월30일까지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

서 의원은 “정부가 농어촌지역 소비쿠폰 사용처 확대 방안에 대해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아 고령의 어르신들이 생필품을 사기 위해 40℃에 육박하는 폭염을 견디며 몇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행안부는 국회의 부대의견을 조속히 검토해 인프라가 부족한 농어촌 지역 주민들이 소비쿠폰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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