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선 수박 위에 칠리파우더·라임즙·소금… 인생의 맛도 달고, 쓰고, 매운 맛 섞여 ‘예측불가’[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2025. 7. 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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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 수박에 고춧가루를 뿌린다고?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작품인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1954)’. 다양한 수박을 화폭 가득 담고 ‘인생이여 만세’라는 글귀를 새겼다. 프리다 칼로 미술관

한여름, 멕시코 길거리에서 만난 수박은 낯설고도 강렬했다. 덥고 습한 날씨에 숨이 턱턱 막힐 즈음, 노점에서 시원한 수박을 발견하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빨간 수박이 이렇게 시원해 보인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였다.

초록색·흰색·붉은색의 수박 색깔이 멕시코 국기와 닮아 멕시코에서 수박은 ‘국민 과일’처럼 여겨진다. 갈증을 해소해 줄 수박을 기대하며 주문했는데, 수박 위에 뿌려진 정체불명의 붉은 가루가 눈에 들어왔다. 설마, 고춧가루는 아니겠지? 눈을 의심하는 표정을 읽은 듯 상인이 웃으며 정답을 말해준다.

“칠리!”

얼떨결에 칠리파우더, 라임즙, 소금을 듬뿍 뿌린 수박컵을 건네받았다. ‘먹는 음식에 이런 장난을 치다니….’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조심스레 한 입 베어 물었다. 어? 의외로 괜찮다. 달콤한 수박 위에 짭짤하고 매콤한 풍미가 더해지자 단맛이 더 또렷하게 살아났다. 아, 이렇게 먹을 수도 있구나. 흔하게 먹던 여름 과일이 순식간에 색다른 별미가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생각해 보면 라임, 소금, 고춧가루 모두 낯선 재료는 아니다. 다만, 과일 위에 얹을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을 뿐. 낯설게 보기를 주장한 데카르트가 ‘그래, 바로 그거야!’라고 얘기해주는 것 같은 기분. 예상치 못한 맛의 조합이야말로 여행의 ‘묘미’였다.

그 여운이 채 가시기 전, 프리다 칼로 미술관에서 또 한 번 수박을 만났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이 바로 수박 정물화였다. 크기도 색도, 모양도 제각각인 수박을 화폭 가득 담고, 중심부에 놓인 수박 한 조각에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라는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고통으로 가득했던 그녀의 삶이 끝나갈 즈음 붉고 생명력 넘치는 수박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수박의 달콤함과 고추의 매콤함이 의외로 조화롭게 어우러지듯, 인생도 예측할 수 없이 때로는 달고, 때로는 쓰고 매운 맛이 섞여 있는 복합적인 경험임을 말해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수박을 색다르게 소비하는 방식은 비단 멕시코만이 아니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환상의 빛’이라는 일본 영화에는 가족이 툇마루에 모여 앉아 수박을 먹는 장면이 있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장면에서 엉뚱하게도 수박에 소금을 뿌려 먹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궁금함을 풀기 위해 영화가 끝나자마자 일본인 친구에게 물어봤다. 일본에서는 여름철 부족해진 미네랄을 소금으로 보충하면서 수박의 단맛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흔히 먹는다고 했다.

우리가 수박을 너무 단조롭게 먹고 있었던 걸까? 문득,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 친구가 편의점에서 파는 수박 모양 아이스크림(수박바)을 보고 ‘한국의 감각적인 디저트’라고 감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우리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수박바도 외국인 눈에는 소금이나 고춧가루를 얹어서 먹는 것만큼이나 신선한 충격일 수도 있겠다 싶다.

멕시코에서 수박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경험이었고, 당연했던 것을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로는 수박뿐 아니라 다양한 식재료에 평소 하지 않는 다양한 조합을 시도하게 됐다. 다만 그 결과물을 함께하는 가족들에게 수박 겉 핥기식 지식이 이렇게 위험하다는 핀잔은 감수해야 하지만.

서울대 웰니스융합센터 책임연구원

■ 한 스푼 더 - ‘단짠’의 비밀

수박과 소금은 낯설지만, 솔티 캐러멜 라테는 국내 커피전문점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하는 메뉴다. 이런 단맛과 짠맛의 조합은 과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짠맛은 단맛을 도와주는 미각의 조력자다. 소량의 소금은 단맛을 더욱 또렷하게 느끼게 해준다. 설탕, 커피, 캐러멜의 풍미를 소금이 한층 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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