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여성가족부 장관이 가진 상징성과 도덕성

김혜정 젠더N정책연구소 대표 2025. 7. 2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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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민감한 인권 감수성 요구받는 자리
약자 보호와 평등·다양성 실현할 인물로

논란의 중심에 있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가 23일 결국 사퇴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대통령실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에 대해서는 지명을 철회했지만 강 후보는 임명을 강행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여성계를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에서도 후보 임명을 반대했고 대통령 지지율도 소폭 빠지면서 여론은 좀처럼 잠잠해지지 않았다.

여성가족부는 윤석열 정부에서 사실상 멈춰있던 부처이다. 윤 전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실제 폐지되지는 않았지만 여성가족부 장관 자리는 1년 이상 공석이었다. 부처는 거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의 여성가족 정책 및 성평등 정책에 대한 기대는 상대적으로 컸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한다고 공약했으며, 국정기획위원회도 이러한 내용을 국정과제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 첫 여성가족부 장관은 성평등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인 동시에 '초대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되는 셈이라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에게 다른 이슈도 아닌 보좌관 갑질이라는 의혹이 터져 나온 것이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강선우 후보가 사회적 약자 권익 보장을 위해 활동해 온 정책 전문가라고 강조했지만 후보를 둘러싸고 나오는 여러 의혹은 이를 무색하게 했다.

보좌진에게 가정집 쓰레기를 치우라고 하고, 비데 수리를 지시한 것도 모자라 이에 대한 해명으로, 해당 보좌관이 갈등을 많이 일으키는 사람이었다는 발언은 너무나 부적절했다. 최근 5년간 의원실 보좌진을 46차례, 당사자 주장으로는 28차례 교체한 사실은 강선우 후보가 보좌관들을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고 대했을지 짐작하게 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정영애 전 여성가족부 장관에 대한 갑질 의혹, 성균관대 겸임교수 시절 무단결강 논란이 터져 나오면서 과연 강선우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과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약자의 차별과 권익 보호가 주 업무인 부서이다. 그만큼 그 어떤 부처의 장관보다 민감하고 높은 인권 감수성을 요구받는다. 평등과 다양성, 약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을 수립, 집행하고, 감시해야 하는 부처의 장관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했다면 그가 말하는 정책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강선우 후보의 태도와 인식은 여성가족부의 존재 가치와도 부합하지 않고 억강부약(강한 자를 누르고 약자를 돕는다)이라는 이재명 정부의 철학에 비춰 봐도 맞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강선우 후보의 지명 이후 한 달 동안 있었던 여러 논란과 이에 대처하는 대통령실의 태도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결국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강 후보는 사퇴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자를 찾겠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처럼 다음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사회적 약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도덕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어야 할 것이다.

강 후보를 둘러싼 여러 비판과 뼈아픈 과정이 이 정부의 성평등 정책을 의미 있게 추진하는 좋은 토대가 되길 기대한다.

/김혜정 젠더N정책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