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전문의 한명 빠지는데 전체 진료 공백···근본 대책 절실
(1)고위험 임산부 진료 비상
울산대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연수로 12월 24일까지만 진료
모집공고 올려도 지원자 없어
타지역 병원 원정 진료 불가피
특수목적 의대 설립·인력 양성 등
정부 차원 제도적 해결책 필요

의정 갈등 봉합 국면에도 불구하고 울산지역 의료계는 누적된 문제가 불거지는 모양새다. 고위험 임산부에 대한 진료가 유일하게 가능한 울산대학교병원의 진료 공백이 예고됐고, 의료진 운영의 구조적 한계에 부딪혀 최근 울산·경남권역 호스피스센터 반납 신청도 이뤄졌다. '의료진 충원'이 어렵기 때문인데, 울산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의료기관들이 필수 의료 공백이 생길 때마다 웃돈을 얹어 의사 충원에 나서고, 정부는 수가를 올려 필수 의료분야 의사 유입을 유도하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의료계 전반의 중론으로, 지역 의료체계의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편집자 주
고위험 임산부인 A 씨는 내년 둘째 출산을 앞두고 최근 울산대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오는 12월 24일까지 분만 예정인 환자 외에는 진료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울산에 유일하게 고위험 임산부 진료를 전담하고 있는 울산대병원 전문의는 해외연수 일정이 예정돼 병원을 1년 동안 비우게 됐다는 이유다. 이에 A 씨는 출산을 위해 타지역 병원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고위험 임산부는 임신으로 인해 산모와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산모를 말한다. 산모의 나이가 19세 이하이거나 35세 이상인 경우, 분만 전 출혈, 중증 임신중독증, 양막의 조기파열, 양수과소·과다증 등 질환을 진단받은 경우다. 일반 임산부 진료와 달라 고위험 진료를 위한 수련을 거치지 않은 산부인과 전문의는 진료가 어렵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에 실린 2018~2022년 출생아 10만명 당 임산부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임산부 사망률' 자료에 따르면, 울산은 8.87명으로 7대 특광역시 중 광주 4.96명에 이어 두번째로 낮았다. 서울 8.90명, 인천 9.52명, 부산 10.02명, 대구 10.67명, 대전 12.77명으로 모두 울산보다 높았고, 전국 평균은 10.33명이었다.
울산은 전국적인 산부인과 의료 공백 사태에서도 나름 의료체계를 잘 유지해 온건데, 이번에 단 한명의 전문의 공백으로 지역 고위험 임산부 의료체계에 비상등이 켜지게 된 셈이다.
울산대병원 측은 전문의가 비게 될 일정에 대비해 올해 상반기부터 의료진 네트워크를 이용해 고위험 임산부를 담당해 줄 전문의를 수소문했다. 이달 초에는 병원 홈페이지에 공개 모집 공고도 올렸지만, 아직까지 지원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현상은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필수 의료체계 전반의 문제다. 지난 2023년 울산시는 24시간 소아 응급진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울산대병원과 협약을 맺고 10억원을 지원했는데도, 의료진을 구하지 못했다.
지역에서 의료진 수급이 어려운 이유는 의정 갈등 여파로 신규 전문의 배출이 급감하면서 전문의 연봉을 올려 부르고는 있지만 지방 소멸에 따른 환자 부족, 상대적으로 열악한 정주 여건 등으로 지방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제는 지역 의료기관 차원에서의 손 쓸 수 없는 지경이다. 결국 높은 연봉과 단편적인 수가 인상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 의사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인데, 의사가 지역 의료기관에서 약 10년간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통해 필수의료 공백을 어느정도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결국 10년이라는 한계를 공유한다.
옥민수 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만 근무할 인력을 따로 양성하는 '특수 목적 의대'를 설립하는 등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지역 의사제와 공공의대는 10년간 취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헌 소지가 있지만, 특수 목적 의대는 이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옥 교수는 "국립중앙의료원 산하에 특수 목적 의대를 설치해 실질적인 의료 인력 배치에 초점을 맞춘다면 지역 캠퍼스나 수련 기관과 연계하는 방식이 가능해 효율적일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상아 기자 secrets2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