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할인쿠폰 유감[오후여담]

“나는 오디세우스,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요, 이타카에서 온 자다. 온 세상에 지략으로 이름난 사내다.”
고대 그리스 영웅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 후 귀향길에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의 눈을 찌르고 탈출한 뒤 외친 말이다. 영웅의 자부심과 정체성에 대한 선언이다. 자신만만한 ‘나는 오디세우스’라는 말의 힘이 3000년을 넘어 다시 증명됐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The Odyssey)’가 개봉 1년을 앞두고 사전 예매를 실시해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내년 7월 17일 개봉하는 영화는 호메로스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트로이 전쟁 후 오디세우스가 10년에 걸쳐 고향 이타카로 귀환하는 여정을 담은 서사 액션 블록버스터다. 지난 17일 열린 사전 예매는 내년 개봉 당일,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의 IMAX 70㎜ 프리미엄 상영관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예매 1시간 안에 관람이 극히 어려운 자리를 빼고 전석이 팔려 나갔다. 이날 하루에 영화는 150만 달러(20여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기막힌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도, 또 성공을 거둔 것도 놀런 감독이라는 브랜드와 그의 작품에 대한 압도적 신뢰의 결과이다. 맷 데이먼, 톰 홀랜드 등 초호화 캐스팅도 한몫했고, 먼저 보는 게 중요해진 우리 시대 소비 방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IMAX 70㎜ 상영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오디세이’는 IMAX 70㎜ 카메라로 전면 촬영되는 첫 상업영화다. 아날로그 형식인 IMAX 70㎜는 보통 35㎜ 필름보다 두 배 이상 폭으로,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압도적으로 풍부한 관람 경험을 선사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 시장은 반 토막 났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몰려간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오디세이’는 관객은 볼 만한 영화는 본다는 사실을 재확인시킨다.
정부가 영화 산업 활성화를 위해 271억 원의 예산을 들여 영화 6000원 할인권 450만 장을 배포했다. 할인쿠폰이 영화 산업을 살릴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영화는 제값 주고 볼 필요 없다는 인식을 굳힐 수도 있다. 9월 2일까지 써야 하는 한정 쿠폰의 혜택은 운 좋은 그 기간 개봉작에만 돌아간다. 소중한 국민 세금을 영화 제작 지원 등에 제대로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최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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