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식칼럼] 인구주의와 인구적응주의
유럽 복지국가 시스템 안 통해
개인·가족 등 각자 역할 재정립
새로운 복지모형으로 전환해야
프랑스는 19세기 말 보불전쟁(1870-1871)에서 프로이센(현 독일)에 패한 후 그 원인을 군사력의 열세가 아닌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증가율 둔화와 그에 따른 국력 약화로 돌렸다. 이를 계기로 여야 대부분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출산율 제고를 통한 인구증가를 주장했다. 이른바 ‘인구주의(populationism)’가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인구주의는 이후 출산율이 낮은 대부분 국가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과 같은 복지제도는 일하는 세대가 은퇴 세대를 부양하는 세대 간 재정 이전 구조에 기반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인구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시스템은 지속가능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복지국가가 암묵적으로 가정해 온 ‘집단 연대(solidarity)’의 약화이다. 과거에는 건강한 사람이 아픈 사람을 부양하고 젊은 사람이 노인을 부양하는 세대 간 계약이 작동하였으나, 현재 청년층은 미래에 자신이 납부한 만큼의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결국 한국은 ‘복지국가’라는 20세기 유럽의 전통적인 모형을 포기하고 새로운 미래형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 가족, 시장, 정부가 각자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는 것이다. 인구 변화가 과거와 완전히 다른 시대를 맞이하여 그에 적합한 사회시스템 개혁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인구적응주의’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현재 65세로 설정된 노인 연령 기준을 일괄 폐지하는 방안이 있다. 연령보다 건강 상태, 경제활동 능력, 의지 등 합리적인 기준을 중심으로 고용과 복지를 재편하여, 건강하고 의욕 있는 사람이라면 연령과 관계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복지 수혜 역시 연령이 아니라 건강 수준과 소득 수준 등을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시스템 개혁은 미래 인구구조 변화, 평균수명 증가 및 건강수명 증가 등 모든 인구학적 변화에 순응하는 새로운 복지모형이기도 하다.
이러한 새로운 복지모형으로 전환하는 첫걸음들은 정년제도의 단계적 폐지와 연금 개혁이다. 중장기 청사진을 가지고 정년을 점진적으로 연장하고, 일정 시기에는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다. 또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국민연금 수급액과 보험료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이른바 ‘연금자동조정장치’를 조속히 도입하는 것이다.
역피라미드 인구구조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는 인구주의적 사고에만 지나치게 집착하기보다 인구적응주의적 접근으로 전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극심한 미래 인구 변화에도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원장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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