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세상]매미가 운다
이설야 시인 2025. 7. 27. 21:16

여름은 타오르고 매미가 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제 몸을 거는 것
오랜 어둠을 지나온 목숨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매미가 울고 배롱나무는 아프다
이 세상에 울음이 없다면 노래도 없고
처마를 와락 껴안는 소나기도 없다
뙤약볕은 보름이고 쏟아지라지
그래도 울음은 그칠 수 없고
새로운 숨소리는 조금 가까워졌다
피도 어제보다 자랐다
매미가 울고 계곡물은 멈추지 않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역사를 대어보는 것은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는 존재만이
가진 긍지다
매미가 운다
이 여름을 다 운다
황규관(1968~)
이 여름의 열기 속에서 매미가 운다. 매미가 우는 이유는 사랑 때문이다. 깊은 땅속의 오랜 시간을 견디고 땅 위로 올라온 매미는, 천적이 잠든 밤에 우화(羽化)한다. 오래된 자신의 몸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몸으로 변신한다. 오직 단 한 번의 사랑을 위해 살고, 사랑을 위해 죽는다. 매미의 허물은 빈껍데기 같은 마음의 외투일 것이다. 헌 몸을 찢고 나온 새 몸으로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제 몸”을 건다. 그것은 “오랜 어둠을 지나온 목숨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수컷 매미는 온몸이 울음통이다. 매미가 매달려 울고 있는 나무도 아플 것이다. “이 세상에 울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매미는 사라지겠지. 노래도 없어지고, “처마를 와락 껴안는 소나기도 없”어지겠지. 울음은 “새로운 숨소리”다. “피도 어제보다 자”라게 한다. 불을 끄지 않는 도시의 밤, 혹독한 시간을 견딘 매미는 밤을 낮으로 알고 울고 또 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는 존재만이” “가진 긍지”로 이 여름을 다 우는 매미.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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