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日기업 고령자 고용, 18년의 변화
정년연장·재고용 선택지 마련
노동시장·생산성 고민 기업들
스스로 고령자 처우 개선나서
세대갈등도 고려해야 하는 韓
고령자 고용 다양히 고민해야

61.2%대 50.6%. 최근 경영자총협회의 '법정 정년 연장' 설문조사에서 나온 응답 비율이다. 61. 2%는 정년을 65세로 늘리면 청년 신규 채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답한 청년층(미취업)의 비율. 50.6%는 장년층(재직자)에서 '청년 신규 채용에 영향 없다'고 답한 수치다. 세대별 시각 차가 엿보인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올해 중에 법정 정년 연장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여당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령 인력 활용과 연금수급 등을 감안해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청년 일자리 감소와 세대 갈등'을 유발한다는 염려도 있다. 기업들은 비용 상승 등도 우려한다.
정년이나 고령자 일자리·고용의 논의 배경에는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본격화될 수 있는 '노동력 부족' 이 자리한다. 이런 차원에서 생각해 본다면 우리보다 이 사안들을 먼저 겪어온 일본의 대응이 참고가 될 수 있다.
'초고령사회' 18년 차인 일본은 작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29.3%에 달했고 2010년 이후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 은퇴하면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법·제도를 통해 65세 이상까지 고용하는 것을 장려해 왔고 일본 기업들도 동참해 왔다.
60세 이상 고령자(시니어) 고용에 있어 일본의 특징은 시간을 들여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정년 연장'만을 고집하지 않고 기업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를 마련해 뒀다는 점이다.
일본은 60세 이상으로 정년을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2006년 '65세까지 고용 확보 조치를 의무화'하는 조치를 시행한 데 이어 2013년에는 사실상 모든 희망자가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말하는 고용 확보 조치로는 △정년 연장 △정년 폐지 △계속고용 제도(퇴직 후 촉탁직으로 재고용 등)가 있고 기업은 이 세 가지 중 자사에 적합한 걸 고르면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년 연장보다는 비용이 덜 드는 계속고용을 선호할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일본 후생노동성의 통계를 찾아봤더니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부가 강요하거나 의무화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고용 대신 정년 연장·폐지를 선택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이다.
65세까지 고용 확보 조치가 의무화된 2006년, 정년 연장·폐지를 선택한 기업 비율은 14.1%에 그쳤고 나머지는 계속고용을 활용했다. 그런데 정년 연장·폐지 기업 비율이 2019년에는 22.1%로, 작년에는 32.6%까지 올라갔다. 정년 연장·폐지 비율이 18년 새 2.3배로 높아진 셈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지 일본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답은 '생산성과 숙련 인력의 안정적 확보'에 있었다. 초기에는 비용 문제 때문에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압도적으로 선호했지만 생산성에서 숙제가 생겼고, 점차 숙련 인력의 안정적 확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인력 부족을 돌파하기 위해 정년 연장·폐지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재고용을 유지하는 기업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처우 개선 등을 도입하는 추세다. 정부로부터 고령자 고용 방식의 선택 기회를 받았던 기업들이 노동시장 상황을 감안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자율적으로 고령 인력의 처우 개선 등에 나선 일본 사례는 참고가 될 수 있다.
일본은 고령자 고용에서 크게 '근로자'와 '기업'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놓고 고민했겠지만, 우리는 여기에 더해 '세대 갈등'이라는 민감한 문제까지 안고 있어 더욱 복잡하다. 따라서 여러 방안과 선택을 열어놓고 고민해 효과적인 고령자 고용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규식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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