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내란성 고통’ 인정한 법원…“불안했던 시간 보상받는 듯해”

조해영 기자 2025. 7. 2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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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지난 3월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 집회를 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2·3 비상계엄 조치는 대한민국 국민들인 원고들이 당시 공포·불안·자존감·불편·수치심으로 표현되는 정신적 고통 내지 손해를 받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다.”

12·3 내란 사태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보상 책임을 인정하는 첫 판결에, 광장에 섰던 시민들은 12·3 내란사태 이후 저마다 겪은 공포와 불안을 인정받은 느낌이라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2단독 이성복 부장판사는 비상계엄 선포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시민 104명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시민들의 정신적 고통과 손해가 ‘명백함’을 인정하며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엑스(X·옛 트위터)에서 ‘향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청년 농부 김후주씨는 이날 법원 판결이 “명백하고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내란 사태로 모두가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그치지 않고 스트레스가 신체 반응으로 나타나면서 아픈 분들도 많았다. 많은 분이 스트레스뿐 아니라 광장에 나오기 위해 시간과 교통비를 쓰고 집회 물품을 나누기 위해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응원봉을 챙겨 들고 부산에서 열린 집회에 나갔던 김우정(35)씨도 “일상에서의 작은 행복이 모조리 두려움으로 바뀌었던 순간이 생생하다. 지난 시간을 보상받는 판결이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그간의 감정에 비하면 10만원이라는 금액은 적게 느껴지지만, 상징적인 금액이라고 생각하고 (정신적 피해를) 인정받았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판결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내란 사태 이후 지속하는 손해, ‘공포와 불안’을 되짚기도 했다. 취업준비생 최아무개(32)씨는 “비상계엄이 터지고 파면도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돼 너무 불안했다”며 “지금도 혐의를 부인하면서 극우세력의 선동을 유도하는 모습에 여전히 괴롭다”고 말했다.

‘윤석열 퇴진 대학생 시국회의’에서 활동한 허수경씨는 “비상계엄 직후에는 ‘당장 어떻게 해야 하지’하는 생각에 불안했고, 계엄이 해제된 후에도 ‘혹시 2차 계엄이 발생하진 않을까’ 떨었다. 이후 나오는 언론 보도를 보면서는 ‘우리가 진짜 죽을 수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허씨는 “초반엔 분노를, 이후에는 ‘혹시 파면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을 경험했다”며 “(시민들의) 연대로 끝까지 힘을 잃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의 분노와 불안을 생각하면) 당연한 판결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시민들은 정부가 광장의 목소리를 잊지 말고 국정 운영에 반영해줄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했다. 김후주씨는 “내란을 막고 파면을 이끌었던 건 엘리트나 기존 정치인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오히려 사회의 낮은 부분에서 힘겹게 살아온 분들이었다”며 “혐오와 차별이 가득한 세상에서 약자·소수자를 포함한 모두의 기본적인 삶이 바뀔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수경씨도 “노조법 2·3조 개정이나 차별금지법 제정 같은 광장의 목소리가 이번 정부에 반영돼 집회에 나갔던 시민들의 삶에서 효용감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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