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도’ 불판 위를 걷다…제주 폭염 속 도로 포장 노동자들

제주 해안지역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4일 오전 10시. 기온이 34도를 넘어선 아침부터 제주시 아라1동의 한 도로에서는 도로 포장 작업이 한창이었다.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에 더해 뜨거운 아스콘 열기까지 더해지자, 작업장 위로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굴삭기가 트럭 적재함에 실린 아스콘을 도로 위에 쏟아내자 갓 퍼낸 아스콘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현장에서 측정한 노면 온도는 무려 111도. 공장에서 140도로 출고된 아스콘은 달궈진 도로 위에서 식을 틈도 없이 재빠르게 펴지고 다져졌다.
휘니셔와 콤비롤러가 아스콘을 고르게 밀고 나가면, 작업자들이 쇠막대로 울퉁불퉁한 가장자리를 눌러 마무리했다. 얼굴이 따끔거릴 정도의 복사열과 뜨거운 아스콘의 열기에 작업복 안은 금세 땀으로 흠뻑 젖었다.


10년 차 도로 포장 노동자인 그는 "요즘은 6월만 돼도 한여름 같아서 기후 위기란 말이 실감난다"며 "대도로는 그나마 바람이라도 통하지만, 좁은 골목에선 어지러움을 느낄 때도 많다"고 털어놨다.
가장 젊은 작업자인 김모씨(20대)에게도 더위는 혹독하게만 느껴진다.
휘니셔를 조작하는 그는 "여름에는 작업하면서 화장실을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린다"고 현장의 더위를 설명했다.
이런 무더위는 예견된 것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6월 제주도 평균기온은 22.5도로, 평년(21.3도)보다 1.2도, 지난해보다 0.2도 높았다. 이는 1973년 관측 이래 6월 기준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또 6월1일부터 7월 23일까지 제주 일 평균기온은 24.7도로, 1973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는 폭염 속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 보호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17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경우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극한 폭염에 노출돼 있는 야외 노동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아스콘이 굳기 전에 작업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쉴 틈이 없다. 작업 특성상 별도의 휴게 공간도 없어 그늘진 건물 벽 아래 잠시 앉아 얼음물을 들이키는 것이 전부다.
계절과 상관없이 필수적인 작업이기에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철에도 일감은 줄지 않는다.
달궈진 아스팔트의 표면 온도는 뜨거운 날에는 60~80도까지 치솟는다. 그 위에서 하루를 보내는 이들은 그야말로 '불판' 위에서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