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도’ 불판 위를 걷다…제주 폭염 속 도로 포장 노동자들

원소정 기자 2025. 7. 2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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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 위기의 산업현장] ① 불덩이 위 견디는 도로포장 노동자들의 하루
폭염은 단순한 계절 현상이 아닌 '재난'으로, 기후위기가 만들어낸 일터의 생존 리스크가 됐다. 해마다 폭염 일수는 증가하고, 그 강도와 시기도 예측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특히 건설, 농업, 어업, 물류 등 야외 노동이 필수적인 현장은 무더위의 직격탄을 맞고 있음에도, 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제주의소리]는 폭염 속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달라지는  기후 양상과 대응체계 등 현장의 기록을 짚어본다.
지난 24일 오전 도로 포장 작업이 진행 중인 제주시 아라1동의 한 도로. 오전부터 기온이 34도를 넘어섰다. ⓒ제주의소리

제주 해안지역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4일 오전 10시. 기온이 34도를 넘어선 아침부터 제주시 아라1동의 한 도로에서는 도로 포장 작업이 한창이었다.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에 더해 뜨거운 아스콘 열기까지 더해지자, 작업장 위로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굴삭기가 트럭 적재함에 실린 아스콘을 도로 위에 쏟아내자 갓 퍼낸 아스콘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현장에서 측정한 노면 온도는 무려 111도. 공장에서 140도로 출고된 아스콘은 달궈진 도로 위에서 식을 틈도 없이 재빠르게 펴지고 다져졌다.

휘니셔와 콤비롤러가 아스콘을 고르게 밀고 나가면, 작업자들이 쇠막대로 울퉁불퉁한 가장자리를 눌러 마무리했다. 얼굴이 따끔거릴 정도의 복사열과 뜨거운 아스콘의 열기에 작업복 안은 금세 땀으로 흠뻑 젖었다.

현장에 투입된 10여 명의 인부들은 눈만 보일 정도로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비 오듯 흐르는 땀에도 옷을 껴입은 이유를 묻자, 작업자 고모씨(50대)는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면 더 뜨겁다. 다 덮는 게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고씨의 콧잔등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마스크는 이미 축축히 젖어 있었다.
콤비롤러로 다져진 아스콘의 온도를 재니 무려 100도가 넘는 '111.4'라는 숫자가 찍혔다. ⓒ제주의소리
한 작업자가 100도가 넘는 아스콘 위에서 도로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10년 차 도로 포장 노동자인 그는 "요즘은 6월만 돼도 한여름 같아서 기후 위기란 말이 실감난다"며 "대도로는 그나마 바람이라도 통하지만, 좁은 골목에선 어지러움을 느낄 때도 많다"고 털어놨다.

가장 젊은 작업자인 김모씨(20대)에게도 더위는 혹독하게만 느껴진다.

휘니셔를 조작하는 그는 "여름에는 작업하면서 화장실을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린다"고 현장의 더위를 설명했다.

이런 무더위는 예견된 것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6월 제주도 평균기온은 22.5도로, 평년(21.3도)보다 1.2도, 지난해보다 0.2도 높았다. 이는 1973년 관측 이래 6월 기준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또 6월1일부터 7월 23일까지 제주 일 평균기온은 24.7도로, 1973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 최고기온 평균은 27.7도 1위, 폭염일수(일 최고기온 33도 이상)는 평균 2일로 역대 5위에 올랐다.
그늘진 건물 아래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도로 포장 작업자들. ⓒ제주의소리

고용노동부는 폭염 속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 보호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17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경우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극한 폭염에 노출돼 있는 야외 노동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아스콘이 굳기 전에 작업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쉴 틈이 없다. 작업 특성상 별도의 휴게 공간도 없어 그늘진 건물 벽 아래 잠시 앉아 얼음물을 들이키는 것이 전부다.

계절과 상관없이 필수적인 작업이기에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철에도 일감은 줄지 않는다.

달궈진 아스팔트의 표면 온도는 뜨거운 날에는 60~80도까지 치솟는다. 그 위에서 하루를 보내는 이들은 그야말로 '불판' 위에서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