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이시봉' 이기호 "다른 존재 향한 궁금증에서 시작한 소설"

황재하 2025. 7. 2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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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부터 난생처음 반려견과 같이 살게 됐는데 그 친구 이름이 이시봉입니다. 저와 전혀 다른 존재인 이 친구는 어디서 온 걸까? 그 궁금증이 이 소설의 시작이었죠."

신작 장편소설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이하 '명랑한 이시봉')을 펴낸 작가 이기호(53)의 말이다.

"제 소설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했던 이름이 '이시봉'입니다. 그만큼 제가 애정을 가진 이름입니다. 그 이름을 (반려견에게) 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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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소재로 11년 만에 장편 출간…"의인화에 안달하는 인간의 모순 담아"
이기호 작가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8년 전부터 난생처음 반려견과 같이 살게 됐는데 그 친구 이름이 이시봉입니다. 저와 전혀 다른 존재인 이 친구는 어디서 온 걸까? 그 궁금증이 이 소설의 시작이었죠."

신작 장편소설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이하 '명랑한 이시봉')을 펴낸 작가 이기호(53)의 말이다. 광주에 사는 그는 전화와 서면으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을 '다른 존재를 향한 궁금증에서 시작한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명랑한 이시봉'에 등장하는 개 이시봉은 작가와 인연이 깊은 이름이다. 이기호의 여러 소설 속 등장 인물의 이름이 이시봉이었고,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도 이시봉이다.

"제 소설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했던 이름이 '이시봉'입니다. 그만큼 제가 애정을 가진 이름입니다. 그 이름을 (반려견에게) 주고 싶었어요."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표지 이미지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명랑한 이시봉'은 이시습 일가와 그 반려견인 비숑 프리제 이시봉의 이야기다.

이시습의 아버지는 이시봉을 아끼며 자식처럼 대했는데, 도로에 뛰어든 이시봉을 구하려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이후 어머니는 이시봉을 냉대하고, 이시습은 술에 빠져 폐인처럼 지낸다.

그런 이시봉을 우연히 본 반려견 교육 업체 '앙시앙 하우스' 관계자들은 이시봉이 과거 유럽 왕실에서 기르던 고귀한 혈통의 후예라며 자신들에게 개를 넘겨주면 많은 돈을 지불하겠다고 제안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개 이시봉이 놓여 있지만, 소설은 개를 둘러싼 인간들을 조명한다. 개의 행동이 불러온 비극적인 사고와 개의 혈통을 두고 여러 사람의 감정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뒤엉킨다. 이 과정에서 이시봉의 입장이나 행복은 중요한 것으로 취급받지 못한다.

이기호 작가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기호는 "인간은 자신과 다른 '종'을 대할 때도 자꾸 의인화하려고 안달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다. 그래야만 그 존재를 잘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며 인간과 다른 존재를 대할 때마저 인간 중심적 사고를 버리지 못하는 태도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건 인간의 관성이고 게으름"이라며 "지금 우리 사회는 인간과 접한 모든 것을 그런 식으로 해석한다. 이 소설은 외양적으로 한 강아지에 관한 이야기지만, 사실은 저 자신과 인간과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불안정성을 말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기호는 '작가의 말'에서 "소설은 강아지에 대해 말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장르일지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강아지를 둘러싼 인간의 책임을 묻기엔, 여전히 유효한 장르"라고 했다.

그는 '강아지를 둘러싼 인간의 책임'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인간성'을 더 강화하는 일밖에 없다는 생각"이라며 "'인간성'은 사랑일 수도 있고, 곤경에 처한 타인 혹은 비인간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이기호 작가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99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한 이기호는 이효석문학상, 김승옥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노근리평화상, 동인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석권하며 문학계에서 주목받았다. 그가 장편소설을 낸 것은 2014년 '차남들의 세계사' 이후 11년 만이다.

이기호는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는 욕망은 없다"며 "다만 제 작품들이 독자들 생의 어떤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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