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창] 기차를 타고 가는 우크라이나 장거리 여행

'대전발 0시50분'이라는 노랫말이 있다. 예전 서울역에서 8시45분 출발하여 대전역 0시40분에 도착, 0시50분에 출발하여 아침 6시 목포역에 도착하는 완행열차였다. 1960~1990년대에는 완행열차(비둘기호)가 있었는데 경부선(서울-부산)이나 호남선(서울 목포)은 오전에 타면 저녁에, 저녁에 타면 아침에 도착하는 기차로 모든 역에서 정차하는 아주 느리고 실용적인 기차였다. 요즘 KTX를 타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30분 걸리지만 예전에는 밤새 달렸다. 기차 안에는 달걀 사과 빵도 팔았고 차장 아저씨가 기차표에 구멍을 뚫어서 차표를 검사했다.
우크라이나는 철도가 발달하여 여러 도시를 기차가 연결한다. 특히 키이우를 중심으로 웬만한 도시는 기차가 연결되는데 낮에도 다니지만 많은 사람은 저녁에 기차를 타고 다음 날 내리는 기차를 선호한다. 기차에는 일등석 2인실, 4인실 2층 쿠페 그리고 6명이 누워 타는 일반실이 있다. 모든 좌석은 침대로 되어있으며 이부자리를 대여하여 잔다. 교외선은 우리나라같이 좌석이 있다. 우크라이나의 철도 길이는 총 1만9787㎞로 우리나라보다 길다. 요즘 인기 있는 기차는 현대로템에서 제작한 고속열차이다. 기차란 보통 밤새 달린다는 개념에서 키이우에서 400~500㎞ 거리를 시속 100㎞로 달리며 4~5시간 만에 도착하여 교통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웬만한 사람들은 몇 시간씩 기다려서라도 기차와 기차 연결을 좋아하여 2~3번씩 갈아타고 기차를 이용한다. 저렴하고 안전하여서 아직은 가장 좋은 장거리 교통수단이다. 어린 시절에 지금의 남양주시 금곡 할머니 댁에 가려면 오전에 동인천(경인선)-용산역(교외선)-청량리(경춘선)-금곡을 타고 저녁에 도착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전철로 인천에서 2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요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모든 공항이 폐쇄되었는데 1960~80년대까지 웬만한 소도시에도 작은 공항이 있어 소형비행기를 버스같이 이용했다. 인구 3~4만의 소도시에도 지금은 수풀이 우거지고 공항은 없지만 활주로와 관제탑의 모습이 남아있다.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드론을 제작하는 우크라이나는 소련 시절부터 항공산업이 발달했으며 하르키우나 키이우 안토노브 항공 제작사는 지금도 운영되고 있으며 안토노브에서 제작된 '무리야'라는 세계 최대의 수송기는 이번 전쟁에서 부서졌다.
세계 최장 철도는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톡을 연결하는 9288㎞ 철도이다. 유럽에서 아시아를 연결하는 철도로 시차가 바뀌면서 1주일을 달린다. 우리나라도 통일되어 목포-청진이나 부산-신의주 열차가 달린다면 꽤 긴 여정이 될 것이며 시베리아 횡단 열차와 연결되면 파리나 베를린도 기차로 갈 수 있다.
전쟁으로 전국 공항이 폐쇄되어 외국으로 나가기가 어려워졌다. 국내 열차는 그럭저럭 운영되는데 외국으로 나가는 기차는 횟수도 적고 엄격하여 이용하기가 쉽지 않아 요즘은 국제 버스가 많이 달린다. 키이우에서 바르샤바, 프라하, 부쿠레슈트, 베를린, 부다페스트와 발트 3국 그리고 서유럽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는 장거리 버스 운행이 길어야 4~5시간이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30시간 이상 외국으로 가는 버스도 많다. 유럽 외 외국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주변국으로 기차나 버스로 가서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끔 외국 갈 일이 있으면 큰 고역이다. 주로 바르샤바 쇼팽 공항을 이용하는데 버스로 15시간, 국경에서 양쪽 각 2시간 검색 그리고 공항에서 탑승한다. 하루속히 전쟁이 끝나 키이우 공항이 재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이우국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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