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소비쿠폰 ‘색상 차별’ 논란…공직사회 점검시스템 도마 위
광주은행·행안부 거쳐 확정, 구청 배부
"모두가 반성…인권감수성 되돌아봐야"

광주광역시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과정에서 '색상 차별' 논란을 빚자 시청 직원을 투입해 스티커 부착 등 신속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광주시가 카드를 제작 배부할 때까지 협의한 관계 기관인 행정안전부, 구청, 제작사인 광주은행까지 어느 곳에서도 인권 감수성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면서 전체 공직사회의 내부 점검 시스템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시청 전체 직원 37%에 달하는 약 440명을 투입해 각 동 행정복지센터에 배포되는 소비쿠폰 카드에 스티커 작업 등 행정 절차를 지원 중이다.
이같은 대응은 전날 소비쿠폰 '색상 차별' 논란이 발생하자 수해 복구 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5개 자치구의 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에게 스티커 부착 등 밤샘작업을 지시했고, 공직자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앞서 시는 지난 21일부터 자치구 주민센터에서 3종 소비쿠폰 카드를 지급했다. 금액(소득)별로 3종류의 색상 구분을 둬 상위 10%와 일반 시민은 '빨간색 카드', 차상위계층과 한부모 가족은 '연두색', 기초생활수급자는 '남색'으로 하고 카드 하단에 금액을 명시했다.
하지만 카드별 색상으로 경제 상황이 노출되고 낙인 효과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적으로는 차등 표시가 있었지만, 광주만 색깔 구분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민생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 발급 과정에서 제기된 취약계층 여부 노출 논란을 두고 "즉각 바로 잡으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강기정 시장은 시민에게 공개사과하고 스티커 부착 등 임시 조치에 착수했다.
전날 수정된 2만 장과 이날 오후 시청에서 6만 9천장, 동에서 3만 1천장을 더해 10만 장 등 총 12만 장의 카드가 수정돼 지급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통해 광주 뿐만 아니라 사업의 주체이자 승인을 한 행정안전부,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직접 민생쿠폰을 배포한 5개 자치구, 사업을 함께 준비한 광주은행까지 색상 차별이나 소득수준 노출 문제에 사실상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사전 문제 인식과 감시가 부재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민생쿠폰 카드 3종 분류안은 광주시 주도로 지난 6월부터 지급 방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시 담당 부서 팀장·담당자와 소비쿠폰 선불카드 주관사인 광주은행 담당자 간 협의가 이뤄졌고 광주시 상생카드와 같은 금액별 색상 차별 구분 방식으로 지급하기로 실무자 간 결정이 났다.
이어 광주시는 담당 국장에게 보고 승인을 받아 행정안전부에 지급 방식을 알린 뒤 다시 협의를 거쳤다. 행안부에서도 문제 제기는 없었다.
6월까지 행안부 협의 승인까지 마치고 7월 초 카드 제작에 들어갔고 제작된 카드를 각 구청과 행정복지센터에 배부했다.
이처럼 사업 기획부터 시행까지 수십 명의 관계자와 4개 이상 기관이 참여했음에도 모두가 인권 감수성 문제를 간과하고 지나쳤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정치적으로는 시장이 책임질 일이겠지만 사업구조가 중앙정부도 결합됐고, 시·구 공무원들이 함께 논의했다면 특정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고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며 "반성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향해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을 보면 현재 공무원 세계의 인권감수성이라는 게 전반적으로 취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인권감수성을 다시 한 번 점검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 시는 전 공직자를 대상으로 인권감수성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며, 경위를 파악해 관련자들을 문책한다는 방침이다.
/김성빈 기자 ksb@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