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AO 고도제한 국내적용땐 서울 서남권 재개발 멈춘다”[서울인사이드]

김성훈 기자 2025. 7. 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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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인사이드 - 이기재 양천구청장, 정부대책 촉구
목동 재건축 30층에 묶이면
토지가치도 함께 하락할 것
규제대상 區와 공동대응 준비
ICAO 개정안 그대로 수용땐
대통령에 김포공항 이전 요구
이기재 서울 양천구청장이 지난 16일 구청에서 진행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제민간항공기구 김포공항 인근 고도제한 기준 개정안 내용을 그림으로 설명하며 “서울 서남권 정비사업이 전면 중단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양천구청 제공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김포공항 인근 고도제한 기준 개정안이 그대로 적용되면 서울 서남권 재건축·재개발은 ‘전면 중단’입니다. 규제 대상 지역이 예전에 피라미 크기였다면, 개정안에서는 상어처럼 커지는 겁니다. 강서구 일부 지역만 규제가 완화되고, 양천구를 비롯해 영등포구, 구로구, 경기 부천시 등 주민은 재산권을 크게 침해받게 됩니다. 규제가 심해지는 지역들과 공동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기재 서울 양천구청장은 지난 1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격앙된 어조로 ICAO 고도제한 개정안 비판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좀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그가 이토록 화난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다. 쏟아내는 어휘도 강경했다. 이 사안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이 구청장은 “ICAO의 개정안은 서남권 도시발전을 급격하게 제한할 것”이라며 “상당수 목동아파트 단지가 49층 재건축으로 결정돼 있는데, 90m라면 30층밖에 못 짓는다. 현 계획대로 짓게 되어도 향후 건축 규제가 적용된다면 토지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존보다 고도제한 표면 여러 종류가 추가돼 규제가 더 심해진다는 게 이 구청장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에는 진입표면과 수평표면만 있었는데, 이제는 수평표면도 고도제한 45·60·90m 3단계로 나뉜다”며 “또 정밀표면, 직진입 계기접근표면, 계기출발표면 등 여러 개가 겹겹이 구성돼 규제가 훨씬 더 심해진다”고 역설했다.

ICAO 개정안을 그대로 적용하면 양천구만이 아니라 영등포구, 동작구, 구로구, 마포구, 서대문구 일부까지도 규제 지역에 포함된다고 이 구청장은 설명했다. 그는 특히 “강서구는 전부 고도제한이 완화된다고 오해하는데 고도 45m에서 60m로 완화되는 구간이 증가하는 건 맞지만 등촌·가양·염창동 일부 지역은 고도제한이 훨씬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강서구에서도 일부 지역만 혜택을 보고 다른 구는 ‘폭탄’을 맞게 되는데, 이를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서남권 전체를 볼 때 ‘배신적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양천과 함께 최대 피해 지역인 영등포, 구로, 부천과 함께 대응하기 위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ICAO 개정안을 그대로 국내에 적용하려 한다면 이재명 대통령에게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이행해 달라고 요청해야겠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2022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 김포공항 이전을 공약했던 점을 언급한 것이다.

이 구청장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도 확고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당장 목동아파트 재건축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더라도 장기적으론 분명 악재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출 규제는 분양 단계에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고, 현재 우리는 그 이전인 정비계획 수립단계라서 영향을 미칠 게 없다”면서도 “시공사 선정이나 분양 상황으로 가면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짚었다.

이 구청장은 특히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것을 두고 집값을 잡았다고 생각하는데 오판한 것”이라며 “역대 정부에서 규제 위주 부동산 정책이 성공한 사례는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공급 확대 정책이 시장에 효과를 드러내려면 10년은 걸리는데, 3년밖에 안 지났다”며 “공급을 더 촉진하며 기다려야 하는데, 또다시 규제하면 집값도 다시 폭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건축 외에 양천구 하면 떠오르는 건 역시 ‘교육’이다. Y교육박람회 등 가시적 성과를 많이 냈지만, 교육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게 양천구청장의 숙명이다. 이 구청장은 “기초자치단체 226개 가운데 교육과 관련해서는 거의 1등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교육 분야는 양천구를 벤치마킹하러 오게끔 치고 나가야 한다는 게 소신”이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학교는 평준화 교육을 추구할 수밖에 없기에 맞춤형 수준별 교육, 미래 교육, 글로벌 교육 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공교육의 사각지대를 구청에서 모두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육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좇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학부모들의 불안을 잠재워주는 게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기 때문에 각종 강연과 입시 컨설팅을 지원하고 교육지원센터도 설치해 공백을 해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구청장은 “학부모들을 만나면 ‘다른 구에서 하는 정책은 다 하고, 우리는 추가로 더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있다”고 했다.

이 구청장은 “지난 3년간 어느 정도 성과도 냈다고 생각하지만, 점수는 ‘선생님’인 구민들이 주는 것이고 ‘학생’인 구청장은 열심히 하고 평가받는 것”이라며 “아직 1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온 리듬과 템포로 꾸준히 실천하면서 맡은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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