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에 씻지도 못하고 선풍기도 못 틀어”
냉장고 음식 상해 끼니 걱정도
“한 방에 20여명 생활해 불편”

“전기도 물도 없어 이리 더븐데 선풍기도 못 틀고 씻지도 못한 채 옹기종기 모여 있다보니 다들 힘들다. 시간도 안 가고 참 지엽다(지겹다).”
22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부마을회관에는 20여명의 어르신들이 나흘째 대피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19일 극한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수십채의 주택이 침수·파손되서다.
오미연씨(62)는 “마을 전체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밥솥을 사용할 수 없어 냄비밥을 지어 식사하고 있다”면서 “냉장고에 있던 반찬도 다 쉬어버리는 바람에 그나마 피해를 덜 본 밭에서 오이를 따와 소박이를 해서 단출한 밥상을 차렸다”고 말했다.
수도도 끊겨서 일상 생활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식수는 군에서 지원해준 생수로 해결하고 있지만 설거지나 화장실 물내림이 문제였다. 오씨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 중에서 깨끗한 물을 고무 대야에 받아와서 설거지도 하고 화장실 물도 내리고 있다”면서 “샤워는 나흘째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바깥 온도가 34℃를 웃돌았다. 전기가 끊겨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회관 건물이 내리쬐는 햇볕을 그대로 머금다보니 내부와 외부 온도 차가 거의 없었다. 주민들은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가만히 있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당장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 밥도 변변찮게 먹고 있다”면서 “높으신 분들이 현장에 와서 사진만 찍고 가지 말고 실제 피해 주민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살펴본 후 실질적 지원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산청읍에 있는 산엔청복지관에는 80여명의 군민들이 모여 있다. 이곳에는 전기와 수도가 잘 들어오는 데다 매 끼니 배식이 이뤄져 사정이 나은 편이었지만, 한 방에 2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합숙 생활을 해야 하다보니 불편한 건 매한가지였다.
80대 부리마을 주민은 “솔직히 불편하지만, 돌아가신 분도 많고 실종자도 있는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조차도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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