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충원칼럼] 실버타운의 성공 조건

서충원 2025. 7. 2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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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변화하면서 주거패턴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띤다. 인구구조가 달라지고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더욱 그러하다. 최근 주택공급 시장이 침체하면서, 민간 부문에서는 새로운 대안으로 다시 유료노인복지주택, 이른바 실버타운에 눈길을 돌리는 추세다.

실버타운은 어제, 오늘에 제기된 문제는 아니고, 이미 십수 년 전부터 논의되어 오던 것인데, 아직 정착하지 못했다. 한때는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해서, 자연녹지지역에서도 분양형 개발사업으로 추진하다가 지금은 도시계획시설에서도 빠지고 임대형 개발사업으로만 추진할 수 있다.

노인복지법상 노인복지시설이고, 주택법상 준주택으로 구분되어 주택 수에 포함되는가 아니면 제외되는가를 두고도 논란이다. 시장 흐름과 공적 규제와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정리해야 할 게 많다. 실버타운이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정착하려면, 다음의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입지와 시설이 적합해야 한다. 입지는 대도시 생활권을 크게 벗어 나지 말아야 하고, 가급적 토지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자연녹지지역 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는 있으나, 일정 규모 이상으로 주거 위주보다는 노인 요양원, 의료복지, 생활복지 등의 시설과의 복합 기준, 분양과 임대를 적절히 혼합하는 사업방안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실버타운의 공간구성과 시설은 철저하게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무장애 설계) 기준을 적용하고, 건물의 생애주기를 고려해서 지속적으로 관리, 유지를 해 나가야 한다. 개발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후 관리, 운영 기준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토지를 확보하고, 건물을 지은 다음, 분양 후 빠지는 식의 수익형 부동산개발사업으로만 접근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둘째는 전문적인 관리와 운영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실버타운 부지를 확보하고, 건물을 짓는 하드웨어만큼이나 조성된 공간과 건물을 관리하고 입주민들에게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오히려 실버타운은 개발보다도 사후 운영을 어떻게 하는 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운영에 필요한 분야별 전문 인력도 필요하고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입주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생로병사의 모든 과정을 돌보는 세심하고도 사려 깊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부부가 입주했다가 혼자될 때도 있고, 멀쩡하다가도 자리에 누워 주변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다. 사람에 따라 입맛도 다르고 취향도 다른데,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공동의 생활이 불가피한 만큼, 자율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발병과 응급상황에서도 안심하고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가족과의 주기적인 만남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을 갖추어야 하는 등 입주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이 필요하다.

셋째, 다양한 세대와 지역사회(커뮤니티) 통합형 실버타운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도 실버들만 모여 살아서는 행복하지도 않고, 운영에 필요한 수지를 맞출 수도 없다. 물론 입주자가 무제한의 비용을 부담하면 될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입주자의 프라이버시를 크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세대 간에 어울릴 수 있는 공간과 시설, 그리고 운영 방안이 필요하다.

주변의 지역사회와 단절된 실버타운이 아니라 함께 공생 공존하는 실버타운이라야 바람직하다. 실버타운에서도 주변 지역 주민을 위한 어린이집, 유치원, 음악, 미술, 컴퓨터(코딩)학원 등을 폭넓게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수영장, 헬스클럽, 레스토랑, 카페, 공연장 등도 지역사회와 함께 사용하도록 하는 게 실버타운에도 도움이 되고, 지역사회에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보면 실버타운도 지역사회의 한 부분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넷째, 합리적인 가격 수준으로 공급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모든 게 갖추어졌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재정적 지불 능력 범위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다양한 비용 책정이 필요하다. 고급화된 실버타운도 있고, 중간 수준의 실버타운도 있으며, 저렴한 비용을 이용할 수 있는 실버타운이 조화롭게 공급하도록 해야 하고, 입주자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실버타운에 입주하는 당사자나 가족들의 인식과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실버타운이 부동산 투자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되고, 자신에게 적합한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노후를 평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면 된다. 저염식의 식사가 내 입맛에는 맞지 않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내가 맞춰가겠다는 마음과 태도도 필요하다.

실버타운에서의 생활도 어디까지나 공동의 생활이다. 지나치게 개인의 선호와 취향을 주장하기보다는 가급적 전체 공동체의 분위기에 동조해 나가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입주자 가족들도 언제나 부담 없이 방문해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지낼 수 있는 곳이면 더욱 좋다.

서충원 전 강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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