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아이돌 산업 명암 다룬 납량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강현철 2025. 7. 23. 18:25

아이돌 살인
이소민 지음 / 엘릭시르 펴냄
‘영원의 밤’으로 제3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한 작가의 최신작이다. 아이돌 산업의 명암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은 미스터리 소설 전문출판사인 엘릭시르의 공모전이다. ‘영원의 밤’이 예술고등학교 내부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상을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 멋지게 풀어냈다면, ‘아이돌 살인’에서는 8년차 형사 신리애 경위가 아이돌 살인의 진상을 좇는 동시에 자신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던 미로 같은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책은 시작부터 파격적이고 강렬한 이미지가 넘쳐난다. 공연중인 무대 위에 처형당하듯, 범인이 자신의 살인을 과시하듯 추락한 시체가 내걸려 있다 . 한때 팬들의 마음을 휩쓸어간 인기 남성 아이돌 그룹 ROME의 메인보컬 경건아도 죽음 앞에서는 별수 없다. 콘셉추얼한 무대 의상에 날개까지 달고 “신 혹은 그에 준하는 존재를 박제하기 위한 것”처럼 죽어버린 톱 아이돌, 건아의 죽음은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는다. ‘아이돌 살인’이라는 별칭까지 붙으며 대중의 상상력을 끝없이 자극한 이 거대한 사건은 남들이 좌천지로 여기는 첫 발령지에서 이제 막 서울로 복귀한 신리애 경위에게 맡겨진다. ‘로봇같은’, ‘또라이’로 수식되는 신리애 경위는 온갖 구설에 휩싸인 아이돌 살인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며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작가는 ‘영원의 밤’에서 A부터 Z에 이르는 학생들의 인터뷰를 겹겹이 쌓아 서로의 증언을 강화하거나 신뢰성을 흐리며 차차 미로 밖으로 통하는 단 하나의 길목을 드러내는 방식을 택했다. 반면 ‘아이돌 살인’에서는 사건을 풀어나가는 주인공과 사건 사이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깝다. 냉철하게 수사 과정을 밟아나가야 할 형사, 리애의 앞에는 몇 가지 치명적인 장애물이 나타난다. 하나, 용의자 셋 중 한 사람은 리애의 옛 친구다. 둘, 리애는 자신의 옛 친구를 우상처럼 여겼다. 셋, 리애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지금도 누군가를 우상으로 삼고 있다. 넷, 과거 리애의 우상이었던 사람과 현재 우상인 사람은 모두 사건 해결에 치명적인 요소를 움켜쥐고 있어,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면 얽히고설킨 상황을 풀어낼 수 없다. 이렇듯 ‘리애’ 개인이 처한 상황이 아이돌 산업 전반을 지탱해온 ‘우상화’의 이미지와 맞물리며 사건 해결로 통하는 길은 꼬이고 비틀려 험난해진다.
‘아이돌 살인’에는 용의자인 세실, 맑음, 일라 외에도 많은 전·현직 아이돌과 업계 종사자가 등장한다. 그들은 과도한 우상화에 허덕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우상화하고 있기도 하며, 문제점을 깨닫고 벗어났거나, 벗어나려고 애쓰거나,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자포자기하기도 한다. 아이돌 산업에 관해 문외한이던 리애는 ‘아이돌 살인’을 계기로 이 업계의 많은 것을 알게 되며, 결국 그들의 문제와 자신의 문제가 상당히 닮아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리애가 ‘범인의 심리’를 완전히 이해한 순간, 풀릴 듯 풀리지 않던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바로 앞에 나타난다. ‘아이돌 살인’의 범인과 그를 추적하는 형사는 놀랍도록 서로를 닮았다.
두 사람은 호수의 수면에 비친 물그림자와 같은 유사성을 가진다. 둘은 어쩌면 거의 처음부터 서로가 많이 닮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리애가 마침내 자신안의 우상을 죽이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무더운 여름, 더위를 잊는데 안성마춤인 미스터리 소설이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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