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의 ‘고인 물’ 폐해[뉴스와 시각]
1940년생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의원은 2007년 연방하원의회 의장이 됐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내리 11선을 거친 뒤다. 미국 역사상 유일한 여성 의장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펠로시에게 “미국 의회 역대 가장 훌륭한 하원의장 중 하나”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빼앗긴 2011년부터 2018년까지는 하원 원내대표를 지냈고, 2019년 다시 연방하원의장에 복귀해 4년간 의장직을 맡았다. 그러나 2021년 하원의장 지명 선거에서 민주당에서도 ‘이제 그만하라’며 반란표가 나와 430표 중 겨우 반을 넘는 216표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임기를 마쳤을 때 펠로시의 나이는 80이 넘었다.
펠로시가 민주당 하원을 이끄는 기간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꽤 많은 변화를 겪었다. 펠로시의 뒤를 이은 이는 2005년부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를 지낸 존 베이너 전 하원의원이었다. 제112대 의회인 2011년부터 하원의장을 맡은 베이너 전 의장은 티파티 등 공화당의 풀뿌리 보수 단체의 영향력과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견제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다 실패했다는 평이 많다. 결국, 제114대 의회 회기 중인 2015년 10월 29일 다시 41세 젊은 정치인 폴 라이언으로 하원의장이 교체된다. 전통적인 로널드 레이건식 보수주의자로 분류되는 라이언은 이민에 상대적으로 관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갈등을 빚기도 했는데, 결국 48세 젊은 나이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어 소수당인 공화당을 이끈 것은 케빈 매카시였다. 트럼프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그는 2023년 하원의장에 선출되지만, 보다 강경하게 조 바이든 행정부와 싸우지 못한다는 공화당 내 반발에 부닥쳐 10개월 만에 물러나고 하원의장직은 마이크 존슨 현 의장이 물려받게 된다.
펠로시의 장기 집권 기간, 공화당은 네 명의 대표를 갈아치웠다. 그 기간 두 당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엇갈린다. 단, 누가 더 당원들의 변화에 예민했는지에서는 정답이 있다. 80이 넘은 펠로시가 여전히 민주당 하원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동안 공화당은 바닥 민심을 버티지 못하고 지도부가 계속 갈려 나갔다. 물론 티파티를 시작으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까지, 공화당의 풀뿌리 민심이 미국 민주주의에 긍정적으로 작동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를 기점으로 민주당 정치가 펠로시와 힐러리 클린턴, 바이든으로 상징되는 정치에 머물렀다면 공화당 의원들은 당심과 상호 소통하며 끊임없이 변화해왔고, 그런 변화가 2024년 대선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민주당에서는 벌써 내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자리는 되찾아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표 어젠다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한 채 상대의 실점에만 기대서야 트럼프의 쇼맨십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싶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J 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세련된 트럼프’들이 차기를 준비 중이다. 민주당엔 그런 인물이 있는가. 내세울 만한 인물은 전국적 인지도가 낮고, 인지도 높은 이들은 텃밭에 기댄 정치로 확장성이 없다. 펠로시 16년의 폐해다.

민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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