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소설 다음은 ‘K-포엠’… “해외독자여 오라”
시 모티프로 미술작품 창작
독일서 전시하고 책도 출간
도쿄에 한국 시인 프로그램
현지 체류하며 낭독회 진행
영미권 웹진에 게재도 모색
다양한 작품 번역가 찾는중

“한국 소설은 이제 세계에서 어느 정도 반열에 올랐어요. 다음은 ‘K-포엠’의 차례가 아닐까요?”
최근 국내 출판계의 관심은 한국시, 즉 ‘K-포엠’을 향해 있다. 지난 18일 김혜순 시인이 아시아 작가 최초로 독일 세계 문화의 집(HKW) 국제문학상을 수상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윤동주와 이상, 백석과 같은 과거 시인들의 시집이 여전히 팔리는 동시에 고선경, 차정은과 같은 소위 ‘MZ 시인’들이 등장하는 우리 서점가에는 독자가 있고 매번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는 시인들이 있다. 서정의 정수를 머금고 있기도, 때로는 실험의 장이 되기도 하는 우리 시문학은 그래서 가능성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시 독자가 줄어드는 지금, 그 매력을 세계에 알리려고 발 벗고 나선 이들이 있다. 단순히 시집을 번역해 해외에서 출간하는 것을 넘어 ‘K-포엠’을 하나의 장르로 만들어내려는 시도들이 곳곳에서 이제 시작되고 있다.
시를 향유하는 독자가 적은 유럽권을 중심으로는 다양한 문화콘텐츠와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출판사 읻다와 에이전시 나선을 운영하고 있는 김현우 대표는 최근 미술전시와 한국시를 연계해 소개하는 작업에 나섰다. 그 시작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설치미술가 이미래 작가의 작품과 김언희 시인의 시를 함께 담은 책 ‘봐라, 나는 사랑에 미쳐 날뛰는 오물의 분수’다. 지난 2022년 이 작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김 시인의 시를 모티프로 만든 작품을 전시했다. 시의 구절을 번역하고 변형해 미술작품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은 그렇게 최근 하나의 책으로 묶였다. 이번 책을 시작으로 김 대표는 해외에서 열리는 다양한 전시에 한국 시인이 참여하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이를테면 해외 전시에 한국 시인이 헌정 시로 참여하거나 한국 시인과 해외 작가가 협업하는 식이다. 김 대표는 “해외에 한국 시집을 출간하며 외국에서 ‘시’ 자체를 소비하지 않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며 “단순히 시집을 출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그 외 문화콘텐츠와의 연계를 통해 알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한국문학을 소개하고 있는 쿠온출판사의 김승복 대표는 한국 시인을 알리기 위해 ‘현장’을 선택했다. 그는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협력해 도쿄에서 한국 시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매년 5∼6월 두 달간 한국 시인 한 명이 일본에 머물며 현지 독자들을 만나고 낭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교류한다. 김 대표는 특히 최근 일본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단가’가 유행하는 만큼 한국시의 매력을 느낀다면 인기 시집이 나올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김 대표는 “일본에서 한국 소설과 에세이가 인기를 얻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82년생 김지영’과 같이 히트작이 나오고 나서부터 불이 붙었는데 시의 경우에도 이런 작품이 하루빨리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며 “단순히 시집을 해외 출간하는 것이 아닌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을 만나야 반응이 일어나는 만큼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행사가 열려야 한다. 도쿄에 올 계획이 있는 한국시인이 있다면 함께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했다.
영미권 시장을 대상으로는 웹진을 통해 최대한 많은 종류의 시를 소개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2015년 ‘채식주의자’를 영국으로 수출한 문학 에이전시 KL매니지먼트의 이구용 대표는 영어권 웹진에 한국시를 게재하기 위해 현재 번역가 물색에 나섰다. 한국의 다양한 시인 가운데 어느 작가가 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양한 시를 번역해 독자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함이다. 이 대표는 “시장이 형성되어야 시선도 생긴다”며 “시를 영어로 번역하면 다양한 국가에 작가를 알릴 수 있고 독자들의 관심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시장을 먼저 만들고 독자들의 반응에 따라 시집 출간 등 여러 가지 연계된 활동도 펼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시를 읽지 않는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국은 사실 ‘시집 강국’에 가깝다. 오프라인 서점에 ‘시집’ 코너가 따로 있고 매년 만 부 이상이 판매되는 ‘베스트셀러 시집’이 등장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여기에 더해 시집 판매량은 매년 상승세다.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집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33.7% 늘었다. ‘K-포엠’의 시대는 이제 막 문을 연 채 시동을 걸고 있다.
신재우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천 총기살인 60대, 생일 잔치 열어준 아들을 손주 앞에서 쐈다
- “헤어진지 1분뒤 굉음” 찰나에 생사 갈려
- 이 대통령 성남시장 시절 비서실장 ‘김혜경 여사 담당’ 2부속실장으로
- [속보]이언주, 美 특사단 배제에 “김종인 당내 반대 심했는데 제가 논개가 된 것”
- 단통법 폐지 D-1… 벌써부터 “공짜·반값폰” 마케팅
- 추가 살해 노렸나…인천 총격범 차량서 사제 총기 10정 발견
- 대통령실이 밝힌 강선우 ‘지명 강행’ 이유는…“與지도부 의견 가장 영향”
- 대통령실, 강선우 번복 가능성 묻자 “임명하니까 발표한 것”
- “가슴 더듬었다” 실신女 심폐소생했다가 추행범 몰린男
- 20대 한국女, 도쿄 병원서 열사병 치료 뒤 실종 “일본에 지인도 친구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