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곳'이 어디야"… 긴급재난문자 대피 장소 왜 안 가르쳐주나
재난문자 58건 발송… 장소 명시 1건
'친인척 집·안전한 곳' 등 애매모호
글자 수 제한에 상세표기 어려움도
전문가 안내사이트 첨부 방법 제안

최근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에서 국지성 호우에 따른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주민들에게 보내지는 재난 문자에 구체적인 대피 장소가 표시되지 않는 점에 대한 개선이 요구된다.
실제 대피 장소를 표기한 문자메시지가 송출됐을 시 상대적으로 조속한 대피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있는 만큼, 구체적인 대피 장소 표기로 신속한 대응을 유도할 필요성이 개진된다.
21일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경기도가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를 가동한 16일부터 전 시·군의 호우특보가 해제된 20일까지 호우 대피와 관련해 도내 발송된 재난 문자는 총 58건이다. 이 중 구체적으로 대피 장소가 명시된 문자는 가평 1건뿐이었다.
대피 장소로 '친인척 집', '안전한 곳' 등만 기재돼 있어 즉각 대피를 돕기에는 다소 모호한 재난 문자도 여럿 있었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엿새간 호우 관련 이재민이 발생한 시·군은 9곳이었지만, 주민들에게 구체적인 대피 장소가 안내된 재난 문자는 거의 없었다. 재난 문자를 통해 사전에 특정 장소에 대한 안내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비상 상황에서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시·군들은 재난 문자를 보낼 시 대피 장소를 기재하면 외려 주민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대피 장소를 직접 명시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대피가 필요한 경우 현장에 직접 찾아가 피난을 권고하거나 마을 방송을 통해 대피를 유도하고 있다"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일일이 장소를 표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피 장소를 명시한 재난 문자가 그렇지 않은 문자에 비해 대피가 잘 이뤄진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주민들이 위기 상황에서 쉽게 대피 장소를 이해할 수 있는 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2022년 산불이 발생한 강원 동해시와 경남 밀양시를 대상으로 재난문자 내역을 분석한 결과, 총 6차례 대피 장소를 명시한 동해시는 재난 문자 발송 이후 평상시에 비해 유동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난 문자에 '안전한 곳'만 명시한 밀양시의 경우 인구 이동 경향이 뚜렷하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또 현재 발송되는 재난 문자 글자 수는 최대 90자로 제한이 걸려 있어 그동안 대피 장소 등 상세한 내용을 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재난 문자에 대피 장소가 안내된 사이트를 첨부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위험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평상시 대피 장소를 미리 숙지해 두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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