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간 1조원 넘게 들였는데 ‘군침’…고정밀 지도 반출 ‘초읽기’

이가람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r2ver@mk.co.kr) 2025. 7. 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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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초정밀 지도 해외 반출’ 여부 통보
산업·관광·학계 갑론을박에 깊어지는 고민
정부, 안보·산업 “주도권 상실” 우려 초점
구글, 빠니보틀 이용해 “관광 활성” 강조
실상은 고정밀 지도 없는 나라서도 서비스
[사진 = 챗GPT]
구글이 시작한 지도 전쟁이 심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정밀 국가기본도 데이터를 국외로 가지고 나가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구글의 요청에 정부기관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분수령이 다가오면서다.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국가정보원으로 이뤄진 측량성과지도반출협의체는 오는 8월 11일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허가 신청에 관한 결과를 통보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구글이 해외 반출을 원하는 지도는 정확히 1 대 5000 축척 지도다. 실제로는 50m인 거리를 지도상에는 1㎝로 표현한다. 건축물의 모양과 골목길의 형태까지 세세하게 식별할 수 있다. 구글은 지도 애플리케이션 기능 고도화와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고정밀 지도 반출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앞서 구글은 2007년과 2016년에도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에 있는 구글의 데이터센터로 옮기고 싶다며 협조를 부탁했다. 당시 국토부와 산자부는 우리나라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안보시설을 비공개하면 허락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를 구글이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그러던 구글이 지난 2월 국토부 국토지리정보원에 재차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다만 이번에는 안보시설 가림 처리 조건을 따르고, 정보 보안 관련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책임자를 지정하고 핫라인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내용은 신청서에 담지 않아 여전히 불가하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유튜버 빠니보틀이 지난 3월 구글 싱가포르 사옥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이슈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사진 = 빠니보틀 유튜브 갈무리]
구글은 구글 지도 앱의 핵심 기능이 구동되면 심리적 허들이 완화돼 한국 관광 수요가 증가한다고 설득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구글 지도 앱으로 도보 경로, 자전거 경로, 실시간 경로 등 일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해외 여행·출장에서 든든한 나침반이 돼 주던 구글 지도가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무용한 상태인 셈이다.

구글은 지난 4월 유투버 빠니보틀을 싱가포르 사옥으로 초대해 구글 지도 앱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역설했고, 고정밀 지도 반출을 추진 중인 이상현 구글 플랫폼·디바이스정책부문 디렉터도 리멤버와의 인터뷰에서 규제 해소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은 디지털 지도 서비스 규제 개선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논문에 우리나라에서 구글 지도가 활성화될 시 2027년까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약 680만명 증가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도 외국인 관광객이 교통·관광안내·디지털 정보 접근 영역에서 불편함을 느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산업계는 대체로 고정밀 지도 반출에 반대하고 있다. 구글 지도 사용성 업그레이드는 1 대 2만5000 축척 지도만으로도 충분해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요구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또 우리나라 지도 앱의 고도화가 거듭되는 만큼 외국어 서비스 개선도 어렵지 않다고 강조한다.

복수의 IT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원하는 지도는 보통 국가가 도시개발계획을 수립하거나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건립할 때 사용되는 종류”라며 “관광객이 지도 앱을 선택할 때는 정밀도가 아니라 최신화와 편의성을 따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글은 정밀 지도 개발 환경이 열악한 국가에서도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소말리아와 북한에서도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다양한 여로를 찾아 준다. 그렇다면 구글은 왜 우리나라 초정밀 지도에 집착하는 것일까?

제주특별자치도 성산일출봉 도심항공교통(UAM) 상상도. [사진 = 제주도]
산업·학계에서는 구글이 국가의 핵심 자산을 유용해 첨단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한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트윈시장은 2030년까지 해마다 평균 35.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황금 광맥이다.

구글이 고정밀 지도를 토대로 디지털트윈과 스마트시티, 증강현실(AR), 자동예약·결제, 자율주행 등 다양한 공간정보산업에 진출할 경우 우리나라 기업과 시장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공간정보기업은 지리정보시스템(GIS), 지형 공간 측량, 위치기반서비스(LBS), 블랙박스·내비게이션 사업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99%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다. 막대한 자금력과 인지도를 자랑하는 글로벌 빅테크의 등장은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구글이 법적 의무나 규제를 준수할지도 의문이다. 구글은 2021년 국방부가 구글 어스에 안보시설이 검색되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지금까지도 요지부동이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주권이 미치지 않는 해외로 반출된다면 민감한 데이터나 잘못된 데이터의 수정 여부가 불확실해진다. 우크라이나는 군사 시설의 위치가 노출돼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 구글에 항의했고, 벨기에도 군사 시설에 대한 위성 사진 가림 처리를 소홀히 한 구글에 소송을 걸었다.

안정상 중앙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구글의 일방적 고정밀 지도 반출 요구, 거부가 정답”이라며 “(한국은) 군사적으로 대치 중이라 타국과 안보 현실이 다르고 국내에서 생성된 정보는 국민의 세금으로 구축된 공공 자산인 만큼 정보 주권 차원에서도 정부가 이를 통제할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구글에 이어 애플도 지난달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 반출을 허가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신청서를 냈다.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신청을 거절하지 않을 경우 BMW와 같은 글로벌기업들이나 바이두와 같은 중국기업들도 고정밀 지도를 요구해 올 공산이 크다.

[사진 = 챗GPT]
네카오 “무조건 반대 아냐, 공정한 경쟁하자”
그동안 정부는 1966년부터 1조원이 넘는 세금을 투입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수시로 지형지물이 바뀌기 때문에 지도 수정에만 해마다 800억원 안팎의 재원을 쏟아붓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만큼 고정밀 지도를 보유 중인 국가는 많지 않다. 미국조차도 가장 정밀한 지도가 1 대 2만4000이다. 캐나다·사우디아라비아는 1 대 5만, 호주·인도는 1 대 2만5000, 러시아는 1 대 1만 축척 지도만 구축한 상태다.

하지만 구글은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매출을 과소 상계해 세금을 줄이고 있다.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상 매출은 3870억원이지만 학계에서는 12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구글이 납부한 법인세는 170억원에 불과하다. 네이버(3840억원)와 카카오(1570억원)에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다. 중소기업 수준이다.

물론 불법·위법 행위는 아니다. 다만 국민의 혈세로 마련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노리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구축에 오랫동안 기여해 온 우리나라 지도기업들이 역차별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에도 힘이 실린다.

일본은 구글에 고정밀 지도 반출을 허용하는 대신 젠린과 협업해 데이터 원천을 일본에 두라는 조건을 걸었고, 유럽연합(EU)은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강화해 구글이 위치 정보를 반출할 때마다 승인을 받도록 해 자국 기업 보호를 병행했다.

네이버·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에게 참신한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순기능이 있기에 구글의 지도산업 참전을 반대하지 않는다”라면서도 “구글이 납세액을 최소화하고자 싱가포르·일본·대만에도 설치한 데이터센터를 우리나라에는 짓지 않겠다고 고집하면서도 인프라와 데이터를 고스란히 받아가려는 시도는 공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사진 = 연합뉴스]
배경훈 “신중” vs 최휘영 “찬성”
글로벌 빅테크의 고정밀 지도 반출 이슈는 한동안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 장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어서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국가 안보 및 정보 주도권 측면에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라며 “우리나라는 안보 우려 때문에 (반출을) 수차례 불허했지만,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무역 장벽을 들어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라 구글이 집요하게 요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별로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부정적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라며 “(과기정통부는) 효과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가 휴전·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을 지닌 만큼 고심하겠다는 의미다.

반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공저를 통해 “한국 관광의 많은 문제점은 갈라파고스적인 IT 규제와 서비스 환경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전 세계 관광객들의 여행 필수 앱인 구글 지도는 한국에서 정보의 업데이트가 늦고, 서비스의 정확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관광객들에게 더 좋은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성장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최 후보자는 문화·여행기업 놀유니버스의 대표이사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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