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0년 만에 이런 물난리 처음, 막막”…가평 수재민 망연자실

이준희 기자 2025. 7. 2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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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현리에서 주민과 공무원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뒤로 강 쪽으로 무너져내린 안씨의 가게와 편의점이 보인다. 류우종기자 wjryu@hani.co.kr

“여기서 장사랑 살림을 다 했는데 집이랑 가게가 통째로 무너졌으니 어쩌겠어요. 군청에서는 어디 체육관에 가 있으라고 하던데…. 살림살이를 다 두고 어딜 가겠어요.”

21일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현리에서 만난 안경분(65)씨가 무너져내린 가게 앞에 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말했다. 안씨 뒤로 음식 메뉴가 빼곡히 적힌 노란색 간판도 쓰러져있었다. 안씨는 “우리는 아침장사를 하니까 새벽 4시쯤 일찍 일어나서 목숨은 건졌는데 정말 큰일 날 뻔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날 가평군에는 새벽 3시30분께 시간당 76㎜가 넘는 비가 쏟아지며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계곡 폭이 좁아 물살이 더욱 거세게 흘렀고, 빗물도 순식간에 차올랐다. 예보(50㎜)보다 4배 가량이나 많이 쏟아진 폭우가 새벽시간대 집중돼 잠자던 주민과 야영객들이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 이날 가평지역 누적 강수량은 197.5㎜에 달했다.

안씨는 “새벽에 장사를 하려고 밥을 짓고 있었는데 처음엔 발목 정도까지 찼던 물이 정말 순식간에, 채 5분도 안되는 사이에 허리 높이까지 차올라 당황했다. 식당 직원들과 황급히 대피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가평군 대보교 수위는 새벽 3시 5.47m에서 새벽 4시 9.03m로 불과 1시간새 3m56㎝가 높아졌다.

순식간에 내린 비에 조종천 수위는 빠르게 올라갔고 결국 물이 안씨 가게와 편의점 등을 덮치면서 2층 건물이 하천 쪽으로 무너져내렸다. 건물을 받치고 있던 콘크리트 바닥은 쪼개져 여기저기 금이 가 있었고 쓰러진 나무와 비에 젖은 물건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인근에는 전기도 모두 끊어진 상태였다.

20∼21일 내린 집중호우로 물이 넘치면서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현리 도로가 끊어지고 건물이 강 쪽으로 무너져내렸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쏟아진 비에 가평군은 곳곳이 쑥대밭이 됐다. 주민들은 무엇부터 복구해야 할지 몰라 망연자실한 채 넋을 놓았다. 현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순재(60)씨 가게도 새벽부터 산에서 흙탕물이 쏟아져 내려와 진흙 범벅이 됐다. 이씨와 가족들은 진흙투성이가 된 각종 집기를 씻어내느라 내내 분주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산에서는 연신 흙탕물이 흘러내려 왔다. 그는 “30년 가까이 여기서 장사를 했지만 이런 물난리는 정말 처음 겪는다”며 “우리는 이게 생업인데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이날 가평군에서는 산사태로 실종됐던 7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가평에서 남은 실종자는 조종면 대보교에서 숨진 40대 남성과 함께 캠핑을 온 아내와 11살 아들 등 2명과 대보교 인근 낚시터에서 차를 타고 빠져나오다 급류에 휩쓸린 70대 남성 등 3명이다.

21일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 도로에 홍수로 쓰러진 나무들이 나뒹굴고 있다. 류우종기자 wjryu@hani.co.kr

한편, 이날 포천 백운계곡에서 급류에 휩쓸렸던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번 집중호우에 따른 사망자는 모두 19명으로 늘었다. 경남 산청이 10명으로 가장 많다. 실종자도 경남 산청 4명 등 8명이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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