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502] 맨해튼의 부동산 투자 도사
현장을 발로 뛰어서 채취한 이야기는 자연산 활어다. 펄떡거리는 손맛이 있다. 건설사 관계자들을 만나보니까 이야기가 많았다. H사. 근래에 빠르게 성장했다. 그 이면에는 영발도사 할머니가 한 분 있었다. 주특기는 땅이었다. 이 할머니가 ‘저 땅 사’라고 하면서 찍어준 대지에다가 아파트를 지으면 분양이 순조로웠다. 분양에서 성패가 갈리는데 이 할머니가 영발로 찍은 땅을 사면 거의 성공이었다고 한다.
모 건설사 오너는 공개 입찰을 앞두고는 꼭 기도 순례하는 루틴을 가지고 있었다. 입찰에 당첨되기 위해서 명산대천을 6~7군데 다니면서 천지신명에게 비는 관습이었다. 평상시에는 지극히 세속적이지만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공사 입찰을 앞두면 사찰 순례를 다녔다. “주로 어디를 가는 거요?” 하고 묻자 “설악산 봉정암, 정암사 수마노탑, 오대산 적멸보궁, 팔공산 갓바위, 운문사 사리암, 남해 보리암, 선운사 도솔암, 여수 향일암 갑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런 기도터는 강호동양학의 전공 분야라서 나만 관심 있는 줄 알았는데, 반형이상학적(反形而上學的)인 건설업자들이 공을 들이고 다닌다는 게 전혀 예상 밖이었다. ‘돈’과 ‘영발’은 서로 다른 영역으로 보여도 묘하게 어느 차원에서 서로 연결되는 고리가 있어서인지 모른다. 한국만 이런 성향이 강한가? 미국 맨해튼의 부동산 업자들도 이러한 비의적(秘儀的·esoteric)인 관습이 있었다.
국내 리츠 투자 전문가인 Y씨가 책을 한 권 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부동산 전문기자가 맨해튼 부동산 업자 100명을 장시간에 걸쳐 발로 뛰어 인터뷰해 쓴 책이었다. 센트럴파크 근처를 재개발하며 300m 이상의 높이를 가진 빌딩 여러 채를 짓는 복잡한 과정을 해부했다. 그야말로 맨해튼 부동산 선수들의 실전 경험담이었다.
그중에 유대인 랍비 요시야후 핀토(Pinto) 이야기가 나온다. 30대의 알아주는 도사였다. 모로코 출신 유명 신비주의자 바바 살리의 증손자이기도 하다. 많은 유명 인사가 핀토에게 자문을 했다. 예를 들면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 트럼프 대통령의 사돈이자 부동산 재벌인 찰스 쿠슈너도 핀토와 친했다고 나온다. 단골들은 거래를 앞두고 복을 빌어달라거나, 부동산을 살 것인지 조언해 달라거나, 심지어 정적을 저주해 달라며 찾아왔다. 5000만달러에 부동산을 팔기로 합의 본 업자가 핀토의 코치를 받고 갑자기 1억달러에 팔겠다고 가격을 올린 이야기도 나온다. 뉴욕 맨해튼에서도 도사들은 영업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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