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방심위 공정성 심의, 자율규제로 바꿔야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2025. 7. 2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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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행정법원은 윤석열 정부 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연주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을 해촉한 것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비록 1심이지만, 이재명 정부는 항소하지 않아 이 결정이 확정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원직 복귀되는 것은 아니다. 윤 정권이 온갖 술수로 이들을 쫓아낸 뒤 여권 우위 위원회를 만들어 벌인 각종 기행도 돌이킬 수 없다. 방심위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유독 저항적인(?) MBC에 무차별 법정 제재를 내렸다. 날씨 방송의 파란색 1자 미세 농도 표시가 민주당 편향이라며 관계자 징계를 내릴 정도였다. MBC는 제재에 거의 불복했고, 모든 건이 법원에 의해 집행정지되거나 본안소송 1심에서 취소됐다.

윤 정권의 폭주는 언론 심의가 흉기로 변할 수 있음을 극명히 보여주었다. 사실상 오래전부터 국가기구의 보도 공정성 심의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당대 정권들은 이를 교정할 의지가 없었다. 정권을 잡은 후에 어떤 방법으로든 방심위 구성을 여대야소로 만들어 놓으면 유혹적인 통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차별 심의 제재는 언론의 위축을 가져오고 사실상 반헌법적인 사전검열 효과가 있었다.

경기대 윤성옥 교수가 분석한 바로, 방심위 2기(2011~2014)의 심의 의결에서 위원 간 만장일치 비율은 평균 47.6%지만 공정성 관련 사안들의 만장일치는 5~6%대에 불과했다. 특히 여권 성향 위원일수록 법정 제재에 동의한 비율이 높았다. 그만큼 공정성 심의가 모호하고, 정파적이었다는 이야기다. 정부·여당 측이 다수를 차지한 위원회에서 정부·여당을 비판한 보도 내용이 불공정하다고 판정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한 일이다. 위의 MBC 사례들을 포함해 법원이 공정성 심의 결과에 대한 소송 대부분에서 방심위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은 바로 이런 모순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아니 예전보다 더 규제를 바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24년 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 30%가 방송 프로그램 시청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편파적 내용’ ‘지나친 간접광고’ ‘욕설·비속어’ ‘허위 왜곡 보도’ ‘과장·허위 광고’ 순이었다. 2024년 동아시아연구원의 여론조사에서는, 허위조작정보를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언론자유를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보다 3배나 우세했다.

공정성 심의만 뺀다면 방심위는 여전히 필요하다. 헌법재판소도 방심위 제도는 방송의 공적 역할을 고려할 때 합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므로 한림대 최영재 교수 말대로 욕설 등 위법·위해한 내용, 즉 ‘낮은 수준의 표현’은 공적 규제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공정성 등 ‘높은 수준의 표현’에 대한 규제는 자율규제가 합리적이다. 우선은 잠정적으로 방심위가 공정성 심의만 방송협회 등에 위임하는 게 좋겠다.

최종적으로는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을 망라한 ‘통합형 언론 자율기구’를 설립해, 점점 중요해지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 문제를 담당하게 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권은 말기인 2021년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를 막겠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추진했고 언론 현업단체들은 이에 반대했다. 그 대신 이들은 자율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이들 단체의 의뢰로 나를 포함한 학자 몇명이 만들어 준 것이 ‘통합형 언론 자율기구 설립 방안’이었다. 그러나 곧이어 정권이 교체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추진이 멈추자, 현업단체도 그 약속이행을 멈췄다.

다시 언론 관련 제도를 손보는 시점에서 방송 공정성 심의는 물론 허위조작정보 규제 등을 담당할 자율기구 설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율규제만이 언론자유와 충돌하지 않는 사회적 책임 실현 방안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임프레스(IMPRESS), 독일의 언론평의회, 스웨덴의 미디어윤리평의회 등 서구 주요 선진국들도 그렇게 한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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