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배드뱅크 검토…일괄구제 타진
금융당국이 이번 주부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 마련을 위해 전국 피해 주택에 설정된 선순위 채권 현황 조사에 착수한다. 국정기획위원회가 관련 대책을 ‘신속 추진 과제’로 선정할 것을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해당 채권을 일괄 매입해 권리관계를 정리하는 ‘전세사기 배드뱅크’(부실 자산이나 채권을 사들여 처리하는 기관) 설립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금융당국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번 주부터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선순위 채권 현황과 매입 가능 규모를 파악할 계획이다. 전세사기 배드뱅크를 통한 일괄 구제 조치가 가능한지 따져보는 차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피해 주택의 선순위 채권이 누구에게 가 있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 과제”라며 “민간 금융회사 등이 소유한 채권을 (배드뱅크로) 일괄 가져오게 되면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재 정부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3만 명 수준인데, 경·공매가 이미 종료된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관련 채권 권리관계와 규모가 어떤지 등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 상당수는 이미 금융회사가 근저당을 설정한 상태다.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 등 채무를 갚지 못하면 금융회사는 선순위 담보권을 행사해 경·공매를 실행하고,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 채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배드뱅크의 채권 일괄 매입으로 선순위 채권자가 민간 금융회사 등에서 공공기관으로 바뀔 경우, 보증금 회수 비율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명도소송 등 강제 퇴거 부담도 줄일 수 있어 피해자 구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협의·경매 등으로 피해 주택을 매입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지만, 매입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까지 LH가 매입한 주택은 1043채에 불과해 3만여 명에 달하는 피해자 수에 비해 턱없이 지원 규모가 부족하다.
전세사기 배드뱅크를 설립할 경우 설치 기구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재원 마련 방안도 고심 중이다. 여당에서는 전세사기 배드뱅크 사업 규모를 1조 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