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는 끄적이는 것? ‘나’를 알게 되는 기록[시인의 서재]


이 책이 나오자마자 제목을 ‘메모’해둔 덕분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원래 참 재미난 거, 일찌감치 새로운 거, 유용하게 잡다한 거, 그런 거 요리조리 잘 탐해온 소설가 김중혁의 신간인 만큼 그의 그림과 손글씨가 자유로우나 나름의 질서로 와글와글 깔린 표지의 책 ‘미묘한 메모의 묘미’(유유)를 후다닥 안 읽어치우고 느릿느릿 톺아보게 된 데는 이 책이 ‘자기계발서’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 있기도 해서였다. (매미처럼 맴맴 미음을 앞세워 나열한 제목 보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자기의 재능 같은 것을 일깨워 주는 책이라면 저도 모르게 응당 연필과 자와 형광펜과 포스트잇을 들고 책장 위에 코를 처박기 마련이라 할 적에 나는 책 읽다 말고 내게 맞는 메모 도구 쇼핑 삼매경에 저도 모르게 헤 벌어진 입에서 침도 흘렸다는 후문이다. 그러니까 온몸으로 읽게 만드는 미묘한 묘미의 책, “시작은 언제나 메모였다”는 부제가 하나이면서 전부인 책, 폭염과 폭우의 반복으로 폭소를 잃어버린 이 여름에 하필 왜 이 한 권을 붙잡았는가 하면 어쩌면 내 안팎의 새로 고침이 절실한 시기이기도 해서일 거다. (벌써 7월 말이고 고작 다섯 달 남은 올해, 어쩔!)
저자가 평생 해온 메모의 경험과 메모의 도구와 메모의 방법과 메모의 선례와 메모의 단상이 지루할 틈 없이 단문의 문장을 타고 리드미컬하게 전개되고 있는 이 책은 가르치기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가리키기를 흥미로 아는 까닭에 내게 맞는 메모 요령을 절로 타진하게 한다. “직소퍼즐 맞추듯 메모를 다 이어붙이면 당신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메모하는가. 우리는 하여 왜 메모를 하는가.
메모로 이뤄진 책이기도 한 ‘애도 일기’를 펴낸 롤랑 바르트가 메모란 “지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글쓰기를 위한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지만 비단 글쓰기를 위함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안에 뭐가 있을지 우리도 모르기에 우리는 부지불식간의 메모를 통해 우리라는 ‘나’의 주제를 파악해나갈 수 있는 것이리라. 책의 시작 부분을 읽다 케케묵은 ‘타자기’를 꺼내왔는데 책의 끝부분을 읽다 ‘노트’를 펼쳤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열 개의 스타일러스(펜)를 가지고 태어난다.” 스티브 잡스의 말이라 메모해두었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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