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대피방송에 깨 살았구먼" 섬처럼 물에 잠긴 예산 고덕면 마을
귀농해 소 150마리 키우던 농민 "모두 폐사" 축사 앞 주저 앉아

(예산=뉴스1) 김기태 기자 = "새벽 대피방송에 잠이 깨 일어나보니 마당에 무릎까지 물이 차올랐더군요. 겨우 빠져나왔구먼."
17일 오전 충남 예산군 고덕면 용리 마을. 이틀 새 400㎜ 가까이 폭우가 쏟아진 곳이다. 용리뿐만 아니라 용동리, 구만리 하포리 일대는 물에 잠겨 마치 섬이 됐다.
"오전 4시 30분 이장의 대피 방송에 몸만 빠져나왔다"는 임미자 용리 부녀회장은 일어나자마자 옆집에 홀로 살고 있는 90세 할머니가 생각났다.
할머니는 거동도 불편하고 귀가 어두워 방송도 듣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남편과 함께 옆집으로 달려가 할머니를 대피시켰다.

그는 "축사에서 소 60여 마리를 키우는 남편은 소 때문에 대피소로 오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고 설명하며 눈시울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용동3리에 거주하는 임석순씨(69)는 "어려서부터 여기서 살았는데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고 말하며 물에 잠겨 있는 집을 바라보며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축사를 하기 위해 귀농한 조상훈 씨(52)는 "이번 집중호우로 키우던 소 150마리가 폐사했다"며 "대출금도 못 갚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면서 축사 앞에 주저앉았다.
그는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용리, 구만리, 하포리에서 대피한 이재민들은 고덕중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 앉아 가슴을 쓸어 내렸다.
김 모 어르신은 "몸만 겨우 빠져나와 복용하던 약도 못챙겨 나왔다"며 "건강이 좋지 않아 약을 먹어야 하는데 집에는 언제 갈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기상청은 17일 밤 12시까지 도내에 적게는 50~100㎜, 많게는 150㎜ 이상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또 18~19일엔 적게는 50~150㎜, 많게는 180㎜ 이상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틀간 도내에 내린 누적 강수량은 최대 500㎜를 넘어선 상태다. 현재 도내 시·군에 내려진 호우 경보는 모두 해제됐으나 주의보는 유지 중이다.

pressk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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