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청년공감스토리 버금작 수상작] '가상에서 현실로 : 게임 중독 청년의 성장 이야기'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고 BNK경남은행이 후원한 'BNK경남은행과 함께하는 청년스토리 공감의 장'이 올해로 세 번째를 맞았습니다. 시상식만 하고 실제 청년들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소개할 기회가 없었던 게 아쉬웠는데, 올해는 수상작 일부라도 소개하려 합니다. 무너지고, 넘어지고, 힘들어하면서도 저마다 자리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경남 청년의 이야기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감동과 위로를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중학생 시절까지 나는 '게임 중독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매일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달려와 컴퓨터 앞에 앉아 밤새도록 게임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당연히 학업에는 관심이 없었고, 성적은 항상 하위권을 맴돌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게임은 나에게 일종의 '보상 심리'를 충족시켜 주는 도피처였다. 현실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나였지만, 가상 세계에서만큼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직업계고로 진학하다
사립 중학교에 다니던 당시, 학교는 성적에 따라 반을 나누어 수업했다. 공부를 못하는 것이 마치 죄인이 되는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나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인성과 무관하게 특별 대우를 받았고, 나 같은 학생은 자기 생각조차 표현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런 나에게 유일한 희망의 빛이 되어준 것은 수학 교과 담당 선생님이었다. 전교조 활동을 하시며 학생들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셨던 선생님께서는 내게 직업계 고등학교를 추천해 주셨다.
당시 우리 사회에서 직업계고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라는 편견이 강했다. 부모님도 처음에는 반대하셨지만, 내 성적으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처음 등교했을 때 보니 학교 분위기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거칠었다. 특히 3학년 선배들은 너무 무서워 눈도 마주치기 힘들었고, 담배 피우는 것과 싸움은 일상다반사였다.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학교로 전학가거나 학업을 포기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학교가 끝나면 빨리 집으로 돌아가 게임할 생각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1학년 수련회에서 알게 된 반 친구가 동아리를 함께해보자고 제안했다. 난생처음으로 누군가가 내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 순간이었다. 친구를 따라간 곳은 '기계설계 CAD' 동아리였다. 담당 선생님은 처음에 내 낮은 입학 성적 때문에 그리 반기지 않으셨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라는 나의 다짐에 기회를 주셨다. 그날부터 정규 수업이 끝나면 동아리실로 가서 밤늦게까지 CAD 도면을 그리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노력은 결실을 보았고, 1학년이 끝날 무렵 첫 국가공인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다. 그 순간부터 주변의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게임 중독자'가 아닌, 실력 있는 학생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에는 게임 속 캐릭터를 통해 얻던 성취감을 이제는 현실에서 느끼게 되었다. 그 감정은 가상 세계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강렬했고, 지속적이었다.
점차 욕심이 생겼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높은 성취를 이루고 싶어졌다. 밤새 게임을 하던 열정을 공부로 돌리면서 성적도 꾸준히 향상되었다. 다양한 동아리에 가입하고,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채워가며 성장했다. 하지만 욕심이란 때로는 양날의 검과 같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다.
#친구들과 지식을 나누며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무렵, 나는 배운 지식과 정보를 '나만의 것'으로 간직하려는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시험 범위, 문제 풀이법, 선생님께 들은 팁까지 모두 혼자만 알고 싶었다. 그래야 내가 더 빛날 수 있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점점 친구들을 멀어지게 했고, 결국 나는 홀로 남겨졌다. 교실 뒤편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중학교 시절 그토록 싫어하던 '공부만 잘하는 이기적인 학생'과 다를 바 없었다.
이 깨달음은 나를 변화시켰다. 용기를 내어 친구들에게 다가가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친구들도 점차 마음을 열고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나 혼자 알던 방법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더 다양하고 효율적인 학습법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때 깨달았다. 진정한 성장은 혼자가 아닌 함께할 때 이루어진다는 것을.
고등학교 3학년, 취업 준비 시즌이 다가왔다. 취업 설명회에서 이력서 작성법과 면접 요령을 배우며 문득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열정을 쏟아온 모든 활동이 단순한 흥미를 넘어 취업에 필요한 소중한 경험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동아리 활동에서 배운 협동심,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 키운 인내력, 봉사활동을 통해 얻은 섬세한 마음가짐 등 모든 것이 나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되었다.

#현대중공업에 입사하다
그러던 11월 중순, 예상치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담임 선생님께서 급하게 나를 불러 소식을 전해주셨다. "현대중공업에서 올해 마지막 공채를 시작했어. 한번 도전해 볼 생각 없니?" 갑작스러운 제안에 처음에는 망설였다. 이미 대학 진학으로 마음을 정했었고, 수시 전형 결과도 곧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날 밤 내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다. 대학 진학과 취업, 두 길 중 어느 쪽이 내게 더 맞을까? 취업 후에도 대학은 다닐 수 있지만, 현대중공업 같은 대기업에 입사할 기회는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또한 실무 경험을 먼저 쌓은 후 필요한 공부를 하는 것이 내 성향에 더 맞을 것 같았다. 결정을 내렸다. 현대중공업에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다행히 서류는 합격하였고, 면접을 보러 울산으로 향했다. 면접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개인의 성장을 위해 시작했지만, 점차 함께 성장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협동심과 소통 능력이 제 인생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내 답변에 면접관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특히 내가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 성장한 과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했을 때, 한 면접관은 깊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현했다. 내가 준비한 포트폴리오를 넘기며, 각 활동에 담긴 진심을 전달하려 노력했다. 마치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면접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선을 다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합격 통지를 받은 그날 느꼈던 기쁨은 어떤 게임 속 성취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그것은 현실 세계에서 인정받고,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증명이었다. 취업 후에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장하며 2018년 현대중공업 '현중인상' 최연소 수상, 2020년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 2023년 경영학사 조기 졸업 등의 성과를 이루었다. 2024년부터는 울산시의회 교육위원회 모니터 요원과 울산동구청년정책협의체 노동 일자리분과위원으로 활동하며 더 많은 청년의 성장을 돕고 있다.
#여전히 성장 중입니다
얼마 전 오랫동안 접속하지 않은 게임 계정 삭제 안내 문자를 받았다. 잠시 옛 기억에 잠겨보았지만, 결국 그 문자는 무시했다. 가상 세계에서의 레벨업보다 현실에서의 성장이 주는 보람과 기쁨이 훨씬 더 값진 것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성장 중이다. 직업계 고등학교 진학이라는 선택이 내 인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40여 개의 수상 경력과 100회가 넘는 진로 멘토링 활동을 통해 다른 청년들에게도 경험을 나누고 있다. 한때는 게임 속에서 밤을 새우던 그 열정을 이제는 실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쏟고 있다.

으뜸상을 받은 윤수연 씨 발표를 보면서 두 살 어린 여동생이 떠올랐다. 여동생은 군 복무 중으로, 나와 우애가 깊다. 주변에 친구들이 결혼하는 것을 지켜보면 여성의 경력 단절, 육아 문제에서 남자로서 고민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여동생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해답을 찾아가야 할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내 선택도 내 잘못도 아닌데 한부모 가정에서 태어난 게 창피했다. 어머니 혼자서 나와 동생을 양육했다. 이런 환경에서 내가 받은 도움을 베푸는 참된 어른이 되자는 생각을 해왔다. 10년째 봉사단체 운영을 하면서 회장직을 맡고 있는데, 회원들은 한부모 가정이거나 보육원 출신이다. 이들과 얘기해 보면 각자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 노력하는데 쉽지 않다.
중학생 때 은사가 직업계 고등학교를 추천해 적성을 찾게 된 경우다. 직업계 고등학교 강사를 하고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는 '경남직업교육박람회'에 가보니 진로에는 여러 방면의 정답이 있었다. 2년 전에 건강 문제로 쉬고 있는데, 남과 경쟁해서 이기려는 생각보다, 작년보다 올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한 걸음씩 나아갔다. 공모전에도 여러 번 나서서 수상 경력이 50개 정도로 쌓였다. 남들이 정답으로 여기는 것을 따라가지 말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삶을 고민하며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하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