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재해석 … 트럼프 주니어도 다녀갔죠
올해 한국 온 트럼프 주니어
단 한번의 만찬 장소로 택해
공대생서 셰프로 진로 바꿔
스타된 지금도 주방 벽면에
'진화하다' 단어 붙이고 몰입
내 음식이 추구하는 목표는
손님에 특별한 경험 주는 것

"두 곳의 레스토랑에서 동시에 미쉐린 1스타를 받는다고 쉽게 만족하지는 않습니다. 올해 시상식에서도 별을 받자마자 팀원들과 함께 '앞으로 364일 남았다'고 말했거든요."
외식 업계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미쉐린 가이드의 스타 레스토랑. 올해 서울에서 단 37곳만 선정된 이 목록에서 손종원 셰프(41)의 존재감은 유독 각별하다. 두 곳 이상에서 동시에 별을 획득한 국내 유일한 셰프인 데다 2023년부터 3년 연속으로 이 이력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손 셰프는 서울 역삼동 조선팰리스의 '이타닉 가든'과 명동 레스케이프 호텔의 '라망 시크레' 두 곳의 총괄셰프다. 프렌치 레스토랑인 라망 시크레는 2021년부터 5년 연속, 퓨전 한식당인 이타닉 가든은 3년 연속으로 미쉐린 1스타를 받았다. 올해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는 아시아 25등에 올라 '가장 높은 신규 진입 상'을 수상했다.
30대 중반 나이부터 국제적인 스타 셰프의 자리를 거머쥐었지만 그는 "우리 팀은 더 발전하고 싶어한다. 미쉐린 1스타에 안주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두 레스토랑의 주방 벽면에는 '진화하다'란 뜻의 'evolve'가 팻말로 붙어 있다.
특히 이타닉 가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 4월 방한 당시 식사를 즐긴 곳으로 관심을 모았다. 당시 1박2일의 빠듯한 일정을 소화한 트럼프 주니어가 단 한 번 있던 저녁식사 시간을 이곳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과 함께 보낸 것이다. 전통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이타닉 가든의 스타일에 트럼프 주니어 일행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식사에 대해 손 셰프는 "특정 고객이 VIP라고 메뉴 구성이 달라지는 일은 없다. 모든 서비스는 평상시와 동일하게 제공했다"고 말했다.
숱한 유명인사들이 그의 레스토랑을 찾았지만 손 셰프가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고객은 여든이 넘은 이름 모를 노부부다. 그는 "라망 시크레 공식 방문 기록으로만 80번 이상 찾았고, 이타닉 가든까지 포함하면 100번 넘게 나를 찾아주셨다"며 "레스토랑을 시작하고 어려울 때도 많았는데, 단골 고객들을 생각하면 자신감과 원동력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손 셰프가 파인다이닝 업장을 운영하며 가장 집중하는 키워드는 환경과 지속가능성이다. 이미 라망 시크레에서는 소·돼지 등 적색육 사용을 멈췄다. 닭고기 등 가금류나 해산물은 사용하지만 적색육은 이타닉 가든에서도 서서히 의존도를 줄일 계획이다. 소·돼지의 사육과 고기 가공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많이 일어난다는 글로벌 외식 업계의 트렌드를 수용한 결정이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명문 사립 학교 올세인츠를 졸업하고 인디애나주 로즈헐먼공대에 입학해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정해진 공부만 하던 그는 '좋아서 공부에 빠져드는 친구들은 못 따라가겠다'는 생각에 진로를 바꿨다. 대학교 4학년 때 우연히 뉴욕의 CIA요리학교를 찾은 그는 인생의 길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손 셰프는 "셰프로서 사명은 한 끼 식사 이상의 경험을 드리려는 것"이라며 "쉴 틈이 생기면 각 분야 명인이나 스님들을 찾아 한식을 배우고 연구한다"고 말했다. 파인다이닝 열풍으로 셰프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화려함을 찾다가는 무너지기 쉽다"며 "기술을 익히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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